"중공의 경제개혁은 위대한 실험"|관영통신 통해 잇달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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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콩=박병석특파원】최근 중공이「자본론」등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이론을 비판하고 계획경제의 한계성 등을 단정하면서 서방경제학의 대담한 도입,「자본주의 방법」의 폭넓은 운용 등을 강조하는 내용의 글을 인민일보·북경주보 등 주요 관영언론을 통해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중공의 관영시사 주간지 북경주보 12월9일자에 게재한 중공경제학자 마정의『중국에 있어서의 경제학연구 10대 전환』이라는 논문과 l8일 인민일보가 보도한『등소평이 논한 우리나라 경제개혁』이 그런면에서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북경주보와 인민일보의 내용은 작년12월 인민일보가「이론과실제」라는 제하의 평론된 논문을 통해『마르크스·앵겔스의 이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며 마르크스주의의 원전이 갖는 한계성을 지적, 내외에 파문을 일으켰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북경주보에 게재된 마정의 논문은 중공이 경제개혁에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유효성을 상실한「자본론」등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이론에서 탈피,「케인즈」등 서방근대경제학의 성과를 대담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이 논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공의 개혁을『경제사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위대한 실험』으로 규정하고「자본론」으로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으니「실용성·합리성·과학성」에 바탕을 둔 서방경제학을 도입하라고 역설하고 있다.
마정은 이어「케인즈」의『거시경제분석 및 재정금융정책 이론을 소개하며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시장메커니즘과 경제분야에서의 국가의 과도한 간섭이 해롭다고 분석, 계량경제학 등이 중요한 이론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8일 인민일보가 보도한『등소평이 논한 경제개혁』역시 인민일보 편집자가 지적한대로 지난10월23일 미국고위실업인 대표단과 만났을 때 밝힌 내용인데 이를 약 두달 만에 새삼스럽게 공개했다는 점에서도 주의를 끈다.
이같은「중요한 내용」이 뒤늦게 공개된 시기(18일)가 북경주보의 발표(9일)에 잇달아 나온 것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등은 이중에서 경제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사회주의의 우월성은 최종적으로 생산력의 부단한 발전여부로 나타나야 하는데 오랜 경험에 비춰볼 때 과거의 경제체제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있다.
등은 또『우리들은 사회주의의 공통된 특색과 자본주의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사회주의가 갖는 보편적 진리는 간직하면서 이 진리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자본주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계획경제가 시장경제를 결합하는 길은 옳은 것이며 이같은 것이 사회주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공은 내년 7차 5개년 개발계획 실시 첫해를 맞는다.
이같은 시기에 발표된 등소평의 입장과 마정의 논문들은 7차 5개년 계획 기간중 자본주의경제의 장점을 보다 광범위하고 과감하게 받아들일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중공은 중공의 현실에 맞는 사회주의(중공식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기치아래『대외적으로는 개방정책, 대내적으로는 활성화』로 표현되는 경제체제 개혁을 꾸준히 밀고 나갈 방침이다.
서방국가들로부터 자본·설비·기술·경영방법 등을 도입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임금인센티브제 등 기업자율성확대, 가격체제의 합리화, 국민의기본적 수요충족을 위한 경공업지원 등을 폭넓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중공의 변화는「중공식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전략일 뿐 모든 경제수단의 공유제에는 변함이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중공의 정체개혁은 이미「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어 섰다는 것이 중공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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