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타본 모터쇼 신차들] 럭셔리 SUV '레인지로버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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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급경사를 내려오고 있다.

구불구불한 산악길과 진흙길을 휘젓고 다니는 오프로드 전용차로 유명한 랜드로버가 이번엔 포장길 온로드 주행 능력을 강화한 새로운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내놓았다. 출시되면서부터 BMW X-5와 포르세 카이엔,렉서스 RX330의 경쟁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차량을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 지대인 페르피뇽에서 만났다.

랜드로버는 영국 최대 자동차 회사였던 로버에서 만든 오프로드 전용차로 1994년 로버사가 BMW에 팔리면서 함께 팔렸다가 2000년 포드에 다시 팔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사륜구동 럭셔리 SUV만을 생산하면서 보수적인 디자인과 오프로드만 고집해왔다. 그러다 처음으로 고객지향적 변신을 예고하며 내놓은 차가 레인지로버 스포츠다. 이런 점에서 랜드로버의 첫 실험작은 일단 관심이 쏠렸다. 첫 인상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5인승으로 출퇴근이나 가족용 차량으로도 무난히 쓸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주장에 공감이 갔다.

먼저 매력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확 끌었다. 전면부 지붕부터 후면 지붕까지 흘러내린 예사롭지 않은 경사각은 스포티한 느낌을 주었다. 전면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세련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졌다. 후면 역시 기존 직각에서 날렵한 경사로 바뀌었다. 도어에 달린 나무결 우드그레인은 고급스럽게 보였다. 실내 마무리는 짜임새가 있고, 과거 잔고장 많기로 유명했던 악명을 떨쳐버리겠다는 듯이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프랑스 페르피뇽 공항에서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넘겨 받아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향했다. 시승 코스는 스페인 북쪽 까딸로니아 지역까지 왕복 500㎞다. 고속도로에서 160㎞/h까지 가속 성능을 시험해 봤다. 가속속도가 매우 빨랐고, 가속중에는 실내는 조용했다. 고속주행을 하면서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시승 내내 밖에선 심한 바람이 불었지만 차량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디오 음감 역시 뛰어났다. 렉서스에서 사용한 하만카돈 오디오를 채용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도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장착한 엔진은 세 가지다. 4.4ℓ.4.2ℓ V8 가솔린과 2.7ℓ터보 디젤이다.

국내 시판 모델은 4.4ℓ V8의 가솔린엔진에 터보를 단 수퍼차다. 재규어 승용차 엔진의 성능을 더 높여 사용한 차량이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390마력을 낸다. 한 마디로 부족함이 없다. 0→100km/h 가속성능은 7.6초다. 웬만한 승용차보다 빠르다. 자동변속기는 독일 ZF제 전자제어 6단이다.

이번 시승에선 랜드로버의 진수를 봤다. 스페인 산악지역에서 경사각 30도에 이르는 암벽을 100m 정도 올라가는 시범 주행을 할 때였다. 이는 사람도 로프 없이는 혼자 올라가기 힘든 경사다. 이런 암벽을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문제없이 올라갔다. 다시 내려올 때는 전.후진을 반복하는 시범도 해보았다. 특히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경사를 내려오는 랜드로버만의 HDC 장치의 진가가 돋보였다. 이 차는 이달 하순 유럽에서 먼저 판매한다. 국내에는 배기가스 기준때문에 내년 초에나 시판한다. 가격은 1억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페르피뇽(프랑스)=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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