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몬드법안 거부이후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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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레이건」미국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섬유및 신발류수입규제법안에 대해 일반의 예상대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교역상대국의 무역보복과 미국의 실업증대, 세계무역의 손실등 값비싼 댓가를 치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진작부터 이 법안의 유해성과 부당성을 들어 입법화를 반대해온 우리로서는「레이건」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당연하고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그리고 거부권행사에 즈음한 메시지에서 자유무역의 원칙을 재천명하고 보호주의의 강화가 세계무익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데 대해 주목한다.
재론의 여지없이 세계무역의 이상은 안정적 성장과 확대균형이다.
이같은 이상은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보호주의로 해결된 적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행정부가 눈앞의 이익보다 그 뒤에 곧 이어질 값비싼 대가와 장기적 손실에 눈을 돌린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가 결고 거부권행사로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문제는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 법안의 입법화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세계의 섬유수출개도국들은 미국의 산업과 의회·행정부가 최근 수년간 보여온 일관된 태도로 미루어 결코 그들이 보호주의 장벽을 낮추는 문제나 세계무역의 안정과 신장에는 관심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개도국들이 보기에 그들은 잘 관리되고 조정된 내재적 룰에 따라 보호주의의 게임을 발이고 있다. 산업과 의회·행정부·언론들은 치밀하게 계산된 역할의 분담을 통해 세계 각처의 무역상대국들과 번갈아 가며 다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다툼은 번번이 상대국의 다른 약점을 이용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더몬드법안 자체는 거부되었어도 미국의 섬유수입규제, 나아가서는 미국의 보호주의가 함께 거부되었다는 조짐은 아무데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개도국들은 오히려 거부권행사와 함께 섬유류의 불공정수입조사, 다음간 협상의 강화를 통해 더욱 강력하고 실질적인 수입규제방안이 준비되고 있음에 주목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실질적 규제는 이미 두 차례나 이용됐던 이른바 그들의 통상법301조를 통해 다시금 구체화될 것으로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섬유수출 배중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는 이같이 예견되는 상황에 다각적으로 대응하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처지가 비슷한 동남아 섬유국들과 보조를 맞추고 다음간 섬유협상에서 이 중요한 문제가 미국의 일방적·자의적 이해에 좌우되지 않도록「공정한」국제적 룰을 확립하도록 충분히 사전 협의해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섬유산업의 시설현대화와 제품고급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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