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할부 보증 데이터 1600만건, 중금리 대출 바탕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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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5일 9개 은행에서 일제히 출시된 보증보험 연계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이 8일까지 나흘 만에 150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렸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지 못했던 신용등급 4~7등급에 해당하는 1490명의 서민이 평균 1000만원씩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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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잇돌 대출이 나오는 데 마중물 역할은 한 곳이 국내 최대 종합보증보험사인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이다. 11일로 취임 6개월을 맞은 최종구(사진) 사장은 “신용대출을 원하는 금융소비자의 절반을 과거처럼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는 없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 입장에서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금융수요자 1498만 명 중 신용등급 1~3등급이 534만 명, 4~7등급이 698만 명, 8~10등급은 266만 명이다.

최종구 서울보증보험 사장
신용대출 시장 금리 단층 심각
중·저 신용자 평가 모형 만들어
서민 지원 본연의 역할 다할 것

최 사장은 “고신용자는 5% 미만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지만, 중·저 신용자는 제2금융권에서 20%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는 ‘금리단층’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사잇돌 대출은 서울보증의 보증 지원을 발판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야심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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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서울보증보험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인 서울보증과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다 보니 ‘관제(官製) 상품’으로 사잇돌 대출을 깎아내리는 시각도 있다. 최 사장은 “이제까지 중신용자의 신용데이터가 없었던 것도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급이 없어 생긴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들도 중금리 대출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데이터가 쌓이면 은행 자체적으로 신용평가 모형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잇돌 대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울보증 내부의 불만도 일부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회사채 보증이 부실화하면서 공적자금을 받고 합병됐던 트라우마 때문이다. 최 사장은 “서울보증이 공적보증기관인 만큼 서민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잇돌 대출이 서울보증 입장에서도 새로운 보증시장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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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서울보증보험

국내 보증시장의 보증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21조5000억원. 서울보증은 242조2000억원으로 23.7%를 차지하고 있다. 최 사장은 “외부에선 서울보증이 독점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는 각종 보증공제조합, 은행, 공공보증기관 등 70여 개 보증기관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보증보험은 외외로 우리 생활 가까이 있다. 소비자는 잘 모르지만 휴대전화를 바꿀 때도 서울보증의 할부신용보험보증이 들어간다. 서울보증은 지난해 이동통신 3사에 1615만 3000건(보증금액 8조7616억원)의 휴대전화 할부판매대금을 보증했다. 최 사장은 “매년 1600만 건에 달하는 휴대전화 보증데이터를 비롯해 오토론(자동차구입 대출보증),전세금반환보증상품 등을 취급한 덕분에 중금리대출을 위한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시 25회인 최 사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를 지낸 국제금융통이다. 퇴임 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으로도 1년 9개월 일했다. 재임 시절 원화가치가 과도하게 급등할 때마다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 매파’로 분류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불안해진 외환시장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거시경제의 체력을 보완할 기회로 잘 활용해야지요.”

글=서경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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