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 박경수교수에게 들어본다|나날이 발전하는 자동·정밀기기 취급자 실수 어떻게 막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각종 기계장치가 복잡·정밀해지고 자동화됨에 따라 인간적 실수가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회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미엘시비어 과학출판사와『인간실수의 분석·예견및 예방』이라는 저술의 출판계약을 맺은 과학기술원 박경수교수(42·산업공학과) 로부터 고도화사회의 인간의 실수와 그 대책을 들어본다.

<인간실수에 의한 사고>
1977년 3월27일 스페인영 카나리아군도의 산타쿠르즈 드 테네리페섬 활주로에서 KLM항공소속 보잉747과 팬암의 747이 충돌, 5백76명이 사망하는 최대의 항공참사가 일어났다.
사고원인은 3명의 인간적 실수가 겹친것.
공항 관제사는 KLM조종사에게 『OK, 이륙에 대비 (standby) 하라. 다시 연락하겠다』 고 했으나 조종사는 OK와 희미한 뒷부분의 「이륙」 (take OK)이라는 말만 듣고 활주로를 질주했다. 조종사는 OK란 말에 이륙허가가 난줄 착각한 것이다.
여기에 팬암조종사는 제3번 유도노로 빠져 이륙에 대기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4번 유도로를 향했다. 팬암조종사는 3번으로 들어가려면 크게 우회해야하므로 지름길인 4번을 택해 충돌을 면치 못했다.
항공규정은 OK대신 로저(Roger「‥알았다)를 쓰도록 되어있어 일상용어인 「0K」 란 한마디가 이같은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 79년3월28일 발생한 미드리마일원자력발전소사고도 인간적인실수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핵발전소 기술자들은 노심에 연결된 압력밸브가 이상이 있는데도 압력측정기의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기술자들은 원자로의 보조펌프 밸브가 사고 나기전 2주일부터 잠겨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규정된 정비절차를 무시한데다 사고후에도 미숙한 조치로 방사능 물질이 대기중으로 누출되게했다.

<인간실수 분석과 예방>
인간이 거대한 장치의 감시자·조종자가 되면서 정보처리량이 늘어 그만큼 실수의 영향은 커졌다.
기계는 발전했지만 인간의 기능은 그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즉 인간신뢰성의 극적인 향상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신뢰성 연구에서는▲사람이 왜 실수를 하나▲실수의 종류▲실수의 과정을 분석한다.
인간의 실수를 분석하는데는 심리학과 확률이론이 이용된다. 어떤 조건하에서 실수할 가능성을 확률로 표시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를 공식화할 수도 있다.
한 예로 박교수팀은 반복작업을 하는 작업자의 착오율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 세계학회에 발표했다.
이 모델에 의한 공식을 쓰면 한 작업자가 일을 하면서 실수할 가능성이 얼마인지를 알수 있다. 또한 궁도선수가 앞으로 1백개의 화살을 쏠 경우 몇회의 실수를 하며, 몇번 사이에서 몇번 실수할 것인지를 예측하는등 체육에도 응용된다.
이 모델은 농구선수의 자유투에 대한 성공률도 예상한다. 이런 예측 모델에는 개인의 과거기록과 학습에 의한 착오율 감소치등이 컴퓨터에 입력돼 분석된다.
사고율이 추정되면 그 대책은 인간공학적으로 다루어진다.
예를 들어 스위치를 생각해보자.
똑같은 스위치가 여러개있을 경우 작업자는 혼동하기 쉽다. 이때는 스위치의방향을 다르게 한다. 하나는 상하로, 다른 것은 좌우로 작동하게 만든다.
즉 인간공학적으로 실수에 대비하는 효율적인 안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앞으로 항공·무기체계·우주산업·원자력분야에서 인간의 신뢰성 연구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장재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