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야 하나"···5.0 지진 겪은 부산·경남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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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층 아파트에 사는데 어제(5일) 지진 여파로 건물이 흔들거리는 것을 느끼고 너무나 놀랐어요. 이러다 큰일나겠구나 싶었어요.”

고리 원전 정상 가동 "안전점검 결과 지진 영향 없어"

고리원전이 가까운 부산시 기장군에 사는 배모(43·여)씨는 지난 5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집이 흔들거릴 정도의 떨림을 느꼈다. 창문과 침대도 들썩거렸다. 진동이 수초 간 지속됐지만 배씨는 지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진발생 반나절이 지났지만 배씨는 아직 불안하다. 언제 큰 지진이 발생하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배씨는 “지진 발생 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원전)는 과연 안전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니 창원 등 내륙 쪽으로 이사하는게 어떻느냐고 남편과 상의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 여파로 주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전 8기가 밀집돼 있는 울산 울주군,부산 기장군 일대 주민이 더 그런 편이다.

경남 창원에 사는 황모(30·여)씨는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 때문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을 뉴스로 잘 알고 있다”며 “원전 시설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만에 하나 사고가 터지면 방사능이 공기 중으로 전파될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고리 원전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고리 1호기~4호기, 신고리 1·2호기와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지난해 완공돼 현재 시운전 중인 신고리 3·4호기로 구성돼 있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건설 승인이 나면서 울주군 서생면에 들어설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하면 고리 원전은 총 10기로 늘어난다. 다음해 6월 폐쇄될 예정인 고리 1호기를 제외하더라도 원전 8기가 밀집된 캐나다 브루스 지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원전단지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지진 발생 후 원전시설의 안전점검을 한 결과 지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현재 계획예방정비로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원전은 모두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원전에는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를 자동으로 멈추는 시스템이 있다. 8기 원전은 지진 규모 5.8~6.8에서 자동으로 멈춘다. 또 지진에 구조물이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신고리 3~6호기는 규모 7.0에, 고리 1호기 등 나머지 원전은 규모 6.5에 맞춰져 있다.

고리 원전 본부 관계자는 “원전 설치 예정 부지 반경 320㎞ 이내 지질과 단층을 정밀조사해 활성단층은 없다는 결과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여유 있게 내진 설계를 했기 때문에 주민이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원전 인근 해양에 있는 활성단층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활성단층이 평가 대상인데 원전 부지평가에는 반경 40㎞ 내 2개의 활동성단층만 평가 대상으로 삼고, 월성원전 반경 80㎞ 내 62개 활성단층과 대규모 활성단층대는 배제했다는 게 환경운동연합 측 주장이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 안정성 부실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많다”며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우리나라 육지에서 발생하면 대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 교수는 “정부가 내년에 활성단층지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족히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규모가 큰 지진이 우리나라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빨리 대비하자는 게 학자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산= 강승우·위성욱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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