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무역질서 만들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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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연차총회는 여러 측면에서 선·후진국들의 특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세계무역환경이 선진공업국들의 강한 보호장벽으로 GATT사상 최대의 외기에 직면해 있는 점과, 지난 83년의 서방7개국 정상회담때 제기되었던 이른바 뉴라운드협상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가 이번 총회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 두 의제는 서로 표리관계를 이루면서 향후 세계무역의 안정과 발전을 규정할 최대의 변수가 될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먼저 부각될 선진공업국의 보호주의 강화는 문제의 인식과 대응방식에서 선·후진국간의 격차가 너무도 커서 실질적인 문제해결보다는 대립과 견해 차이만 노출시킨채 큰 진전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관적 전망은 GATT체제의 무력화 추세가 뒷받침한다.
그동안 일곱차례의 무역협상과 명목관세의 꾸준한 인하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수량제한등 비관세장벽을 계속 높여왔고 세계무역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단서조항의 남용이나 각종 쌍무적 규제까지 가세하여 세계무역환경은 실제에 있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있다.
70년대 후반이후의 이같은 분열현상은 GATT체제를 형해화시겨 이미 실질적 붕괴로 판단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이런 사정으로 미루어 선진국주도의 뉴라운드가 이번 총회에서 성립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다만 개도국들로서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새로이 결속하여 다시금 선진국의 보호장벽과 GATT정신의 위배를 부각시키고 선·후진국의 공동이익과 호혜에 기여하는 새 무역질서의 확립을 촉구해야 할것이다.
특히 우리는 최근 미국의 부당한 수입규제와 보복, 그리고 시장개방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이번 회의에서 이같은 쌍무적·일방적규제와 압력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금과옥조가 되어온 이른바 「세이프 가드」조항의 남용이나 빈번한 반덤핑관세적용등은 명백한 GATT정신의 위반이므로 이런 문제들은 여타 개도국들과 보조를 맞추어 최우선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의 개선없이는 설사 뉴라운드가 성립한다해도 그것은 선진국의 이해에만 기여할 공산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반덤핑관세남용의 피해가 큰 우리로서는 이같은 단서조항의 발동과 조사에서도 국제적으로 합의된 허용기준을 이번 회의에서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처럼 선진국의 독단과 자의에 맡겨놓는한 이들 조항은 언제나 무역약세국들의 일방적 피해만 강요할 뿐이다.
또하나의 과제는 뉴라운드에서 미국이 주도하고있는 이른바 지적소유권과 서비스산업의 자유무역론이다. 이 문제도 선·후진국간의 이해격차가 커서 쉽게 결론날 성질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도 선진국의 횡포에 맡겨두기보다는 가능하면 GATT와 같은 국제기구의 관리로 끌어들이는 편이 유리할 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로서는 그것이 뉴라운드든 ,새무역질서든 간에 일단 국제적협의가 진행중이므로 지금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가하고 있는 지적소유권보호와 서비스개방 압력이나 각종 반덤핑관세 등은 즉각 중지되고 철회되어야 할것으로 본다. 이런것들은 모두가 분명한 GATT정신의 위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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