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판화-어제와 오늘 』전 지상감상<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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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성자씨의 판화연륜은 그녀의 파리화단 등단과 거의 때를 같이한다.
1957년에 목판화를 시도하여 63년에 샤르팡티에화랑에서 첫 목판화개인전을 가졌다.
이성자 특유의 조형세계인 대지의 개념과 생명의 기호가 그의 유화작품에서와 같이 목판화의 주류로서 나타나고 있다.
그녀는 체질로서의 목판을 자주 이야기한다.
목질이 갖는 꿋꿋함과 성실한 조직, 자라나는 생명으로서의 인간과의 관계 등….
한국인의 정감으로서 목판을 이해하고 그것을 작품의 질료로서 끌어들인다.
섬세한 올과 날이 교차하는 선획이 만들어놓는 풍부한 정감은 꿈꾸는 듯한 한국여인의 수줍은 모습을 반영하는 것일까….
무언가 비밀스런 눈짓이, 은밀한 속삭임이 이성자씨의 판화작품 속에 담겨 있다.
오광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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