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브라'시대 저물고 '편안한' 브래지어 뜬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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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브라’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몸이 편안하고 실용적인 옷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애슬레저’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슬레저는 애슬래틱(athleticㆍ운동경기)과 레저(leisureㆍ여가)의 합성어입니다. 말 그대로 활동하기 좋고 여가를 즐기기에도 편안한 옷을 가리킵니다.

이 때문에 뽕브라로 유명한 ‘빅토리아 시크릿’은 울상입니다. 성장이 멈춰서기 시작했고, 주가도 추락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빅토리아 시크릿의 브래지어 판매 증가율은 지난 분기 대비 1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회사인 엘 브랜즈의 현재 주가도 올해 초에 비해 29% 떨어졌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최고 재무담당자 스튜어트 버그더퍼는 “회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성장률은 아니다”고 시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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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여성들이 속옷에서 원하는 부분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속옷 구매에 쓰려고 하는 돈도 줄면서 이런 트렌드가 대세를 이뤘다고 분석했습니다. 여성들이 남 보기엔 좋지만 불편한 것보다 내 몸에 편한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그 동안 가슴 큰 모델을 내세워 값이 60달러에 가까운 고가 브래지어를 판매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여성들은 가슴 큰 모델보다 현실과 가까운 모습의 모델을 더 좋아하고 20달러 정도하는 값 싼 속옷을 점점 선호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업 NPD그룹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미국에서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 여성들 중 41%가 최근 7일 간 스포츠 브래지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밀레니엄 세대가 아닌 여성들 중에는 21%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NPD그룹의 애널리스트 마샬 코언은 “현재 패션계와 브래지어 소비자들에게 지배적인 테마은 바로 편안함이다. 사람들은 신체적이고 개인적인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애널리스트 랜들 코닉은 “자연스러운 의상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빅토리아 시크릿엔 뼈아픈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값싼 브래지어를 구입하면 전체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빅토리아 시크릿은 발빠른 태세 전환 중입니다. 뽕브라를 버리고 애슬레저로 갈아타고 있습니다. 매장에 스포츠 브래지어 진열 파트를 늘렸습니다. 올해 3월엔 ‘브라렛(Bralette, 와이어와 패딩이 없는 브래지어)’ 콜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뽕이 없는 게 아름답다(no padding is sexy)’라는 광고문구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한때 뽕브라의 상징이었던 빅토리아 시크릿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도예리 인턴기자 do.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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