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손님 껴안고 뺨 맞대고…절친 외교 나선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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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정부의 북한 우방에 대한 외교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극 대응에 나섰다. 방북한 외빈들에 대한 예우와 관련, 언론 보도를 한층 강화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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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지난달 30일 살바도르 발데스 메사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을 끌어안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우선 살바도르 발데스 메사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과의 지난달 30일 회담이 주목을 끈다. 7월 1일자 노동신문은 1면 전체를 이 회담으로 채웠다. 특히 김정은이 통역 한 명만을 옆에 둔 사진을 실었다. 김정은이 배석자 없이 외빈을 맞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한국·쿠바 외교장관 회담을 의식해 북한이 우방국에 대한 외교를 강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북한 절친국 외교 대응
특사 예우·언론 보도 크게 강화
“핵 개발 대한 생각 안 바뀌면
해외 방문 등 정상외교 힘들어”

북한 조선중앙TV도 1일 김정은이 메사 부의장을 맞이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오후 8시30분부터 7분40초 동안 방영된 기록영화에서 김정은은 그를 끌어안고 뺨을 맞대며 반겼다. 북한은 통상 김정은의 대외 활동을 기록영화로 제작해 한두 달 뒤 공개한다. 하루 만에 내보낸 사례는 드물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한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선 것으로 그만큼 국제적 고립에 따른 압박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김정은의 정상외교는 전무하다. 방북한 외빈을 직접 만나는 것조차 꺼렸다. 김정은이 만난 외빈은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압둘라 알아마르 시리아 아랍사회부흥당 부총비서,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류윈산(劉雲山)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정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 출신으로 수차례 방북한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와 전 미 프로농구(NBA)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을 포함해도 10명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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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권력 승계 후 국가 정상으로 첫 방북(2013년 10월)한 몽골의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과도 만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5월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행사 때는 초청을 수락하는 듯하다가 행사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핵 개발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김정은이 국가 지도자로서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나 이용호 외무상 등을 국제회의 등에 참석시키고 자신은 방북하는 주요 외빈들을 만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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