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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취임 100일 시나리오…정적과 술 마시며 소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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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중앙포토]

뉴욕타임스(NYT)가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화당과의 타협과 협력을 취임 초기 최우선 국정 과제중 하나로 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의 이 분석은 클린턴 캠프의 핵심 관계자와 측근 수십명의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의 첫 100일은 ‘협치’

NYT는 “클린턴 전 장관은 수년간 지속돼온 미국 정치의 당파주의를 깨고 싶어한다”며 “공화당과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당파주의는 미국 정치의 상징이 됐다. 오바마 정부만 해도 공화·민주 양당간 대립의 연속이었다. 오바마의 대선 공약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에 번번이 발목 잡혔다.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오바마 케어’가 대표적 사례다. 양쪽의 극한 대립은 2013년 10월 연방정부 폐쇄로 치닫기도 했다.

NYT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클린턴이 공화당 지도부 인사들과 분위기 있게 술잔을 부딪치며 정책을 의논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널드 레이건이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했던 ‘정적과의 친밀한 대화’가 되살아나는 셈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클린턴은 술을 정치적 윤활유로 사용하는데 소질이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과의 술 대결은 워싱턴 정가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신문은 또 클린턴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찾아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사례가 있다. 남편 빌 클린턴의 첫번째 대통령 임기때다. 퍼스트 레이디로 의료개혁을 이끌었던 클린턴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구상을 설명하는데 적극적이었다.

클린턴의 타협과 절충 역량에 대해선 안팎의 평가가 대체로 일치한다. 클린턴의 정치 담당 참모였던 니라 탠든 아메리칸 프로그레스 센터 회장은 “클린턴 전 장관의 최대 강점은 다른 사람 말을 듣고 그들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그녀는 원칙에서 포기할 수 없는 많은 싸움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톰 데이비스 전 하원의원(버지니아)은 “클린턴이 결국엔 지난 15년간 양당이 잃어버렸던 서로의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적 지형도 유리하게 작용할수 있다. 클린턴의 대선 승리시 민주당은 빼앗긴 상원 지배력을 되찾고, 하원 영향력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토화된 공화당의 협조를 기대할수 있다는 얘기다. 공화당으로선 클린턴이 내놓은 1조2000억 달러의 부자 증세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임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국무장관 시절 권력을 남용했다고 여기는 클린턴에 대한 공화당의 뿌리깊은 불신이 한 축이다. 클린턴이 오바마 대통령 못지 않게 행정명령을 공화당 무력화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클린턴은 이미 총기판매때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내용에 공화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발동할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에선 클린턴이 공화당과의 타협을 위해 진보 어젠다를 포기할 거라는 우려가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이 그 선봉에 서있다. 게다가 이민 개혁, 총기 규제, 법인세 강화 등 미국 정치를 양분해온 뜨거운 불씨가 사방에 널려있다.

한편 NYT는 클린턴 정부의 첫 내각은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법무장관인 로레타 린치는 유임될 수 있다. 또 현재 선대위원장으로 백악관 비서실장 1순위인 존 포데스타가 사양할 경우엔 사상 첫 여성 비서실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에 기용할 인재는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실리콘 밸리에서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페이스북의 세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나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장관직을 제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내의 대통령 취임 이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 수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린치 법무장관을 만나 구설에 오른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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