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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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담배가 위험한 기호품이란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끽연자는 아직도 많다.
끽연이 질병이나 사망율과 밀접히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발표된 것은 1955년.
그때 미국 남자의 52%는 끽연자였고 여성 끽연자는 24%였다.
그러나 지금 사태는 일변했다. 남성 끽연자가 극적으로 35%로 줄어든데 비해 여성끽연자는 거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여성 끽연자 중 가장 많은 것이 20세에서 34세까지의 가임 여성이란 것이 문제다.
미국 고교 상급반 여학생의 20%가 끽연자란 사실도 충격적이다.
최근호 미 주간 뉴스위크는 이런 추세로 가면 여성 끽연자는 남성끽연자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여성의 끽연은 이미 여러 차례 경고된바 있다.
폐암·폐기종·심장병·심장마비 등은 남성 끽연자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그러나 여성에겐 불임에서 폐경에 이르는 의학적 문제가 거기 첨가된다. 최근의 연구는 임신기의 끽연이 어린이 성장 중의 기형발생과 연관된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뉴욕의 한 암병원 의사는 최근 폐암환자는 10년 전에 8대1이었던 남녀비가 요즘은 1·5대1로 변했다고 밝혔다. 여성 암사망의 주류였던 유방암보다 많아질 추세다.
심장병은 여성끽연자에게 특히 많다. 피임약을 먹는 여성끽연자의 경우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순환기 질환이 거의 10배가 는다.
미국 질병연구소의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18∼24세의 백인 여성 중 41%가 끽연자였고 그중 반수가 피임약을 사용하고 있었다.
임신 중 담배를 피운 여성의 아기는 출산 전과 후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유산의 위험은 10배나 증가한다. 태아의 산소 결핍이 주원인이다.
아기의 몸무게도 평상보다 반 파운드나 가볍다. 체중 부족은 아기의 건강은 물론 기형의 직접 원인이 된다.
아기는 호흡기 문제도 갖게 된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병원의 연구결과 5만3천명의 아기 중 끽연 엄마의 아기는 SIDS에 걸릴 위험률이 50%나 높았다. 아기 급사증후군(Suden Infant Death Syndrome)이다.
영국에선 1만3천명의 아기를 조사한 결과 임신 중 하루 1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운 엄마의 아기는 7∼11살 때 보통 아기보다 독서와 산수능력에서 3∼5달이 뒤졌다.
여성의 끽연은 뱃속의 아기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도 엄마들이 자제를 모른다면 그건 무지를 넘어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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