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떼지은 유럽쇼핑 여행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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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지난 9윌22일 뉴욕에서 있은 선진5개국 재상회의 결과로 달러화가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 경제에 구체적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달러화의 내림세가 미국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효과는 이론상으로 ①외국투자규모가 큰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높여주고②수입상품에 대한 미국 일부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며③미국상품의 수출을 증가시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간접적 효과로는 미국내 보호무역주의 여론을 수그려뜨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뚜렷한 효과는 바로 이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원에서 보호무역주의 법안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젱킨즈」법안표결 때 원래의 지지자 30여명이 찬표를 던지지 않고 이탈한 사실이 그 구체적 표현이었다.
다국적 기업의 표본처럼 되어있는 다우 케미컬사는 만약 달러화가 지난여름의 정상기준으로 20%가 내려가면 매상이 제자리걸음을 하더라도 이익이 10% 올라간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IBM, 코카콜라, 질레트 면도날 회사 등도 앉아서 큰 보너스를 얻게되어 있어 주식시장에서의 주가가 크게 뛰고 있다.
달러강세시대에도 무역혹자를 내고있던 몇 안 되는 미국산업분야중의 하나인 화학업계는 달러화 하락으로 더욱 경쟁력이 불어나서 앞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자체가 사양길에 들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던 철강·기계공구·섬유·신발업계 등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등지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대해 경쟁력을 회복할 가망은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아직 뚜렷이 나타나는 것이 없다. 지난해 달러화가 강세를 누렸을 때는 미국관광객들이 떼를 지어 유럽에 몰려가서 환차로 인해 거의 반값으로 떨어진 외국 상품을 사오느라고 유럽 백화점마다 미국인으로 들끓었다.
적어도 그런 현상은 이번 겨울에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아직 겨울 관광시즌이 시작되지 않아 숫자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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