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포항 송도관광호텔 터 매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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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송도동 송도비치관광호텔의 터 매각을 놓고 포항시와 시민단체의 입장이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호텔을 인수한 부산의 ㈜코모도호텔 측이 시유지인 터를 사들여 새 호텔을 짓기로 하자 "시가 시유지를 헐값에 넘기려 한다"며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어서다.

호텔 터 일대는 지름 50㎝ 안팎의 소나무가 우거져 도시계획법상 보존녹지로 지정된 곳이다.

포항시는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 특1급 호텔을 유치키로 하고 호텔 터 9천1백11㎡를 코모도호텔 측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 측은 최근 이곳에 새 호텔을 짓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포항경실련은 이 땅을 보존녹지 가격으로 평가해 헐값에 넘기려 한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호텔이 들어서려면 상업지역으로 변경하거나, 자연녹지로 바꿔 관광진흥법상 관광지구로 지정한 뒤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보존녹지 가격으로 매각하면 호텔 측이 엄청난 차익을 얻는다는 주장이다.

서득수 사무국장은 "특급 호텔의 유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며 "그러나 관광 인프라 구축을 명분으로 시민의 자산을 함부로 처분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포항시는 호텔 터 매각에 앞서 해안도로 건설 중단, 송림의 시민 휴식공간화 등을 포함하는 송도종합개발계획부터 세우라"고 촉구했다.

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일로 법 규정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급 호텔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업체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시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남의 땅 위에 누가 엄청난 돈을 들여 호텔을 지으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지방재정법 등 관련규정을 검토한 결과 인수한 호텔 측에 터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말했다.

시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곧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토지 감정 등의 절차를 거쳐 적정한 가격을 매기면 특혜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실련은 시가 시 홈페이지와 또다른 여론조사를 통해 단순히 호텔 건립 찬반을 묻는 등 여론을 '시유지 매각'쪽으로 몰아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권삼 기자

*** 30년된 숲속의 2급 호텔

포항비치관광호텔=1973년 송도동 소나무 숲속에 세워진 2급 호텔로 지상 4층에 45개의 객실이 있다. 포스코를 찾는 국내외 손님이 늘면서 숙박난을 덜기 위해 시유지 위에 건립됐다. 송도해수욕장과 인접해 한때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시설이 낡아 손님이 줄면서 여러 차례 소유자가 바뀌다 지난해 10월 코모도호텔이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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