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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과 몰래 회동…표 깎아먹은 남편 클린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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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의 헛발질 외조로 악재를 만났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과 몰래 만난 게 드러나면서다.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공무에 개인 e메일 서버를 사용해 규정을 위반했던 e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수사 기밀을 몰래 얻기 위해 만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빌 클린턴이 ‘외압’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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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左), 로레타 린치(右)

CNN·ABC15 등에 따르면 빌 클린턴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공항에서 린치 장관을 만났다. 당시 빌 클린턴은 피닉스를 떠나기 위해 공항에 있다가 린치 장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 빌 클린턴은 계류장에 들어선 린치 장관의 전용기를 확인해 접근했고 전용기에서 린치 장관과 30분간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난 27일은 공화당이 주도했던 하원 벵가지 특위가 2012년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미국 대사 등이 피살당했던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린치 장관 전용기서 30분 만나
‘e메일 스캔들’ 수사 외압 논란

트럼프는 “두 사람이 만났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며 “(사실이라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나는 우리 시스템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말해 왔다”며 “끔찍하고 무시무시하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존 코닌 상원의원은 “법무부가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며 “(법무부를 대신해) 특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민간단체인 ‘사법감시’는 법무부 감사관실이 두 사람의 회동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린치 장관은 “우리가 나눈 대화는 대부분 손자와 여행에 관한 내용이었다”며 “국무부 현안도, 벵가지 얘기도, e메일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법무장관은 전직 대통령과 짧고 우연한 사교적 만남조차 하지 말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상임고문을 지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도 “(두 사람이 만난 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고 일갈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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