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일찍 배우면 두뇌 발달 저하 영어는 8세 이후부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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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4개월 딸을 둔 아이 엄마입니다. 너무 빨리 글을 가르치면 오히려 뇌 발달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적절한 언어 학습 시기를 알려주세요.

A. 요즘 유아학습 시장이 뜨겁습니다. 신생아 때부터 한글카드를 보여주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두 돌 무렵부터 영어학원에 보내는 부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아기 때 이른 문자학습은 오히려 뇌 발달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글자를 일찍부터 깨우친 아이는 그림책을 읽는 데 장애가 생깁니다. 유아기 때 그림책은 단순히 언어를 익히는 목적이 아닙니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배경, 여러 요소 등을 보면서 상황을 이해하고, 전후 관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릅니다.

그런데 글자를 빨리 익힌 아이는 다릅니다. 한글에 집중하느라 그림 구석구석을 보지 않게 됩니다. 뇌의 인지·사고능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황금시기’를 한글 때문에 놓치는 셈입니다.

또 혼자 책 읽는 것도 문제입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는 대개 혼자 책을 읽으려 하는데, 이는 책의 이해도를 떨어뜨립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유아기 때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이해도가 20% 정도지만 아이 혼자 읽으면 5%로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한글 교육 과정에서도 부작용이 생깁니다. 흔히 시중에 나온 유아용 한글 교재는 낱말카드를 이용한 것이 많습니다. 카드에는 글자 외에는 메시지가 없어 사고력 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기에게 ‘암기’라는 스트레스만 줄 뿐입니다.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는 "한글(문자)은 아이가 글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5~6세 때 가르치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하정훈소아청소년과 하정훈 원장은 "되도록 늦게 가르치고, 학교 들어가기 직전 가르치는게 가장 좋다”고까지 조언했습니다. 적령기 때 가르치면 불과 몇 달이면 한글을 깨우치기 때문입니다.

이른 나이부터 한글카드를 보여주면 아이의 상상력과 사고력·창의력 발달은 둔화됩니다. 두 살 때부터 한글을 익힌 초등학생에게 구두를 보여주면 ‘구두’라고만 쓰지만 6살 때부터 한글을 익힌 아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구두’라고 쓸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한글을 늦게 배운 아이는 그림책을 보면서 구두에 대한 배경지식을 습득하지만 한글을 일찍 배운 아이는 구두라는 글자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영어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익힌 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하정훈 원장은 “조물주는 사람에게 모국어를 익히는 것에 대해서만 선천적 학습능력을 부여했다. 동시에 두 언어를 배우면 모국어 발달이 그 시간만큼 지체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아기 때는 모국어로 사고를 하는데, 외국어가 중간에 방해하면 사고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그만큼 뇌 발달이 늦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한국어를 잘 한다면 36개월부터, 아니라면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하 원장도 초등학교부터를 권유했습니다. 단, 언어 감수성은 만 12세 이후에는 떨어지므로 외국어 공부는 그 이전에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도움말=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 하정훈소아청소년과 하정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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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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