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길거리 범죄·마약 유통과 전쟁…땅에 떨어진 필리핀 정부 신뢰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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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징벌자’ 로드리고 두테르테(71)가 3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하고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날 마닐라 대통령 관저인 말라카낭궁에서 신임 내각과 입법·행정·사법부 주요 인사들, 외교사절단 등 627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열고 제16대 필리핀 대통령에 올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징벌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범죄와의 전쟁을 강조했다. “부패, 길거리 범죄, 만연한 불법 마약 유통, 법과 사회 질서의 파괴가 필리핀 사회의 병폐”라고 일일이 언급했다. 이미 지난달 9일 당선 이후 취임까지 53일간 60명이 넘는 마약 용의자가 경찰에 사살됐고, 마닐라에서만 300여 명의 마약범들이 자수하는 등 범죄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그는 이날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한계를 알고 있다. 또 합법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재판도 없이 처형하는 초법적 공포 정치”라는 언론과 인권단체의 비판을 의식한 듯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정부는 부패로 얼룩져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부패에도 관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대통령 취임식은 역대 대통령들이 마닐라 리살공원에서 성대하게 열었던 것과 달리 대통령궁 안에서만 조촐하게 진행됐다.

두테르테는 심야 술판매 금지, 밤 10시 이후 보호자 없이 미성년자 통행금지 등 다바오 시장 재직 당시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이를 적용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6년 단임제 폐지, 의원내각제 전환, 연방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헌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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