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봄맞이 텃밭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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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생활기자]

시골살이의 봄맞이
텃밭 준비하기

때가 됐다. 해가 높아지고 꽁꽁 언 땅이 녹았다. 바람이 봄기운을 실어나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 늦기 전에 삽이며 호미를 챙겨 들고 밭으로 나가자. 무릇 시골살이의 봄맞이는 텃밭 준비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글 이상희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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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에서 차로 10여 분, 저수지를 지나고 산길을 올라 도착한 곳은 이상인 씨(63)의 주말농장이었다. 북쪽으로는 금오산, 남쪽으로는 천태산을 끼고 있는 이곳에 이씨가 텃밭을 마련한 것은 2006년. 세무 공무원이었던 그가 은퇴 후에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평생 책상 앞에서 펜만 굴리며 살았던 그에게 농사가 쉬울 리 없었다. 책에 모종은 20㎝ 간격으로 심으라고 나왔기에 줄자로 재가면서 심었고, 3월 초에 씨를 뿌리라기에 봄이 늦어 채 녹지도 않은 땅을 억지로 파낸 후 씨를 뿌리기도 했다.

그렇게 갓난아기 걸음마 배우듯 넘어지면 일어서고 또 넘어지면서 텃밭 일구기를 8년. 지금은 전문가가 다 된 이씨에게서 텃밭 준비하는 요령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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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텃밭의 흙상태를 살펴보는 이상인씨. 파종하기 10일전에는 땅에 퇴비를 뿌려주는것이 좋다. 2 감자 심기 전 겨울 작물을 정리하는이씨.


텃밭 농사는 재배 계획에서 시작

매년 이맘때면 이씨는 일 년 재배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텃밭 농사를 시작한다. 한 해 동안 어떤 작물을 어디에 얼마나 심을 것인지를 미리 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올해는 감자를 심을 계획인데 감자는 7월쯤에 수확할 테니 그 땅에 김장 무하고 배추를 심기로 했다. 지난해 파종한 부추는 올해도 계속 먹을 수 있으니 부추 심어둔 자리는 계산에서 뺐다. 월말쯤에 상추씨를 뿌리면 초여름까지는 먹을 수 있을 것이고, 날씨가 더워져 상추를 뽑아내면 그 자리에는 김장에 쓸 갓씨를 뿌릴 계획이다. 상추를 뽑아내고 갓을 파종하기 전, 한두 달쯤 땅이 노는 기간이 생기는데 그때는 열무하고 얼갈이배추를 심을 생각이다.

이씨가 이렇게 연중 재배 계획을 세우는 것은 텃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농작물은 종류에 따라 자라는 기간도 제각각이고 파종하는 시기도 달라서 계획을 미리 세워두지 않으면 낭패 보기 쉬워요. 텃밭에 빈 공간이 없어서 먹고 싶은 작물을 못 심는다거나, 땅이 비었는데도 마땅히 심을 작물이 없어 놀려야 하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거든요.”


텃밭 농사 8년 차인 자신은 머릿속으로 대충 그림을 그리는 정도로 계획 세우기를 끝내지만, 텃밭을 처음 시작하는 생초보라면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란다. 텃밭을 그려놓고 구획을 한 뒤 어떤 작물을 기를지 채워 넣는 것이다.

“다른 것보다 작물 배치에 신경 써야 해요. 예를 들면 부추처럼 일 년 내내 자라는 것들은 밭 가장자리에 배치하고, 상추나 열무처럼 금방 뽑아 먹는 것은 중간에 심고요. 토마토나 오이, 옥수수는 7~8월에 수확하고 나면 그 땅에 김장 무와 배추를 심는데 땅이 서로 떨어져 있으면 농사짓기가 불편해지니까 이것들은 한데 모아 심어주는 것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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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심을 다양한 씨앗. 파종 전에 미리 어떤 작물을 얼마나 심을지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퇴비 뿌리고 싹 틔우고


대강의 계획이 끝나면 이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텃밭에 퇴비를 뿌리는 일이다.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퇴비를 뿌리고 흙을 뒤섞어줘야 흙에 영양성분도 많아지고 공기도 들어가 건강한 땅이 된다.다만 퇴비 주는 작업은 씨 뿌리기 10일 전에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퇴비가 작물을 잘 자라게는 하지만 너무 독하면 오히려 작물을 고사시키거든요. 적어도 씨 뿌리기 열흘쯤 전에 퇴비를 줘 그 속에 남아 있는 독성이 다 빠져나가도록 해주는 것이 좋아요.”

땅이 준비됐으면 이번에는 씨앗을 준비할 차례다. 상추며 근대, 완두콩, 열무 같은 봄작물은 땅에 씨를 뿌려서 발아시킬 것이므로 별다른 준비가 필요치 않지만, 감자는 미리 싹을 틔워줘야 한다. 시장에서 20㎏짜리 수미 감자 한 상자를 산 이씨는 눈의 위치를 살펴가며 감자를 잘라낸 뒤 햇볕이 잘 들고 온도가 높은 베란다에펴놨다.

이렇게 4~5일 정도 지나면 감자에 싹이 튼다.

“저는 대부분의 작물을 씨를 발아시켜서 키워요. 모종을 사면 편하긴 하지만 씨를 뿌려서 키울 때의 즐거움은 맛볼 수 없거든요. 상추의 경우 씨를 뿌리면 어린 것을 통째로 뽑아서 먹을 수가 있어요. 달고 연하고 맛있죠. 더 자라면 잎을 따서 먹고요. 하지만 텃밭 초보자라면 굳이 씨를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씨는 뿌려두면 야생동물이 먹기도 하고 바람에 날라가기도 하거든요. 때로는 발아가 안 돼서 실패 확률이 높아요. 저도 육묘 기간이 두 달이 넘는 고추나 가지, 토마토 그리고 발아 실패가 많은 김장 배추는 모종을 사다 심어요.”


무엇보다 텃밭 농사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쉽게 기르고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라고 이씨는 말한다. 공연히 기르기 어려운 작물을 택했다가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텃밭 농사의 즐거움은 수확에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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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게재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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