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서 감리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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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해외건설시장에서 쓰기 위해 사들이는 기자재중 상당부분은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직구입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있어 해외건설공사의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싫든 좋든 미국산을 사 써야 하고 재량권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익성 제고는 그만큼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으로부터 직구입하는 건설기자재분은 한푼도 감안해 주지 않고 대한무역역조만 강조하고 있다.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은 보통 건설시공과 감리를 나누어 발주하는데 그간 우리 건설업체의 시공을 벡텔이나 파슨스와 같은 미건설업체가 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미측 감리회사는 우리에게 미국산 건설기자재를 주로 쓰도록 해왔다.
플랜트공사와 같은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건설시방(Spec) 에 특정한 미국산 기자재를 「지정」하는 일이 흔하다. 또 다른 건설공사에서는 특정한 지정기자재 없이 규격에 맞는 서로 다른 나라의 제품견본 세 가지를 놓고 발주자측이 선택을 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때도 감리회사측의 의견이 반영되므로 미국회사들은 대부분 자국산기자재를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밖에 기자재의 규격을 정할 때부터 아예 미국공업표준규격만을 기준으로 명시, 결국 미국산을 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일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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