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구 5000만 지키자] “부부합산 6년 육아휴직 같은 파격적 대안 개척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35.9%·미국 통계국)가 된다. 당장 내년부터 ‘인구절벽’이 본격화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입법연구모임 ‘어젠다 2050’출범
김종인 “인구 줄면 모든 제도 마비”
나경원 “출산가산점 등 논의할 만”
김성식 “모든 정책 밑바탕에 둬야”

이대로 두면 지금보다 어두운 미래가 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임기 ‘4년짜리’ 국회의원들은 그 기간 너머는 소홀하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하는 초당적 연구모임들이 등장해 문제 해결에 시동을 걸었다.

기사 이미지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주도한 국회 입법연구모임 ‘어젠다 2050’ 창립총회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중량감 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참여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고령화 사회에서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철희·조정식 의원, 김 대표, 김 의원,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나경원·박인숙·이학재 의원. [사진 박종근 기자]

29일 발족한 국회 입법 연구모임 ‘어젠다 2050’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의 주도한 어젠다 2050에는 여야의 중량급 인사들이 참여한다. 새누리당 유승민·나경원·이학재·박인숙·오신환·주광덕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조정식·이철희·최운열 의원,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김관영·오세정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종인 대표는 창립총회에서 “인구 문제가 정상적인 구조를 갖지 못하면 현존하는 모든 제도가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며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인 김 대표는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하면 노동시장에서 소득의 상실로 연결된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제안했다. 최근 스위스가 매달 모든 성인에게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주는 내용의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된 것을 두고 던진 화두였다.

김세연 의원은 통화에서 “저출산 극복 정책을 입안할 때 ‘빨리빨리’ 방식의 생색내기가 아니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남들이 안 해 본 과제들을 개척할 생각”이라며 “일례로 영유아 보육 문제 해결을 위해 ‘부부 합산 6년의 육아휴직’과 같은 근본적인 제도의 변경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0% 이상)에 접어들기 전에 저출산·고령화의 방향을 틀어 버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출산 가산점이나 육아휴직 기간 확대 등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철희 의원은 “정치가 4~5년 선거 단위로 돌아가다 보니 ‘근시안’이 국회의 약점이자 한계”라며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국가적 어젠다 해결을 위한 여야 간 타협의 일상화 등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저출산이 무서운 건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 사회의 저력과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라며 “이제 모든 정책 설계의 밑바탕에 저출산 대책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민주 소속 양승조 의원이 주도하는 ‘국회 저출산 극복 연구포럼’ 1차 회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포럼의 활동 성과를 정책에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특위’ 뺀 새누리당



하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혁신비대위원회 회의에서 “국가 미래 준비, 정치개혁,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저출산·고령화,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4~5개 특위 구성을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출산·육아로 경력단절 없어야…시간선택제, 미래 위해 꼭 필요”



그러나 27일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에선 국회에 정치발전 특위 등 7개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도 저출산·고령화 특위는 빠졌다. 새누리당이 제안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