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더민주 전대에 등장한 신공항 공약, 대선이 걱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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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새만금 신공항을 이뤄내겠다”고 공약했다.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북 지역 당원들의 표를 얻어 보려는 계산이 배경이다. 물론 지역 개발 공약으로 표를 잡겠다는 공직 후보자의 노력을 마구잡이로 탓할 것만은 없다고 본다. 개발 공약 속엔 지역 주민의 꿈과 기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밀양이냐 가덕도냐를 놓고 벌인 정치권의 부추김과 과열 경쟁이 얼마나 끔찍한 결말을 냈는지, 이전투구를 지켜본 국민들에겐 걱정이 넘치는 마당이다. 그 난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똑같은 방식의 포퓰리즘 공약이라니 딱하고 황당한 일이다.

가뜩이나 새만금 국제공항은 정부가 지난달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새롭게 반영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가 부풀어 있다. 그러나 전남 지역 정치인들은 새만금 신공항 구상에 반발해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을 통합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만금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의 무안공항이 저조한 이용객으로 적자에 시달리는 만큼 기존 공항을 재건하는 게 우선이란 것이다. 양쪽 의견이 부닥치니 제2의 영남권 신공항 사태가 호남에서 재연될 것이란 걱정이 나오는 터다. 추 의원의 공약은 당연히 불쏘시개다.

선심성 공약은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부터 들썩여 투기를 조장하고 지역 주민과 수많은 이해집단의 기대를 부풀린다. 지역 간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소모적 논쟁은 증폭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표를 얻는 데만 급급해 메가톤급 공약을 남발하는 악습을 이어 왔다. 국가 백년대계가 탐욕의 미끼로 둔갑해 선거만 끝나면 전국이 지역 갈등으로 몸살이다. 혈세 낭비가 뒤따르는 건 물론이다. 이젠 고리를 끊어낼 때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신공항 백지화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으로 나뉘고 동서로 갈린 것도 망국적인데 지역마다 반목하고 싸운다면 나라의 미래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