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트럭의 난폭 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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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가 세계제일의 교통사고왕국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교통사고가 3분55초마다 발생해 3분마다 부상자 1명씩이 생기고 하루에도 20명의 귀중한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
웬만한 큰 전쟁보다 더 많은 인명손실을 당하고있는 셈이다. 부상자들에게 들어가는 사회간접비용만도 연간 5천억원이 넘으며 인적자원을 재화로 따지기는 힘들겠지만 사망자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국가비용이 교통사고로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 희생자나 그 가족들의 불행은 말할 것도 없고 암담한 장래의 일까지를 생각하면 가슴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는 해마다 14.6%씩이나 늘어나고 있으며 하루 7백대이상의 자동차가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로 보아 사고의 급증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제는 교통문제가 한낱 단속관청이나 도로관리청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가적으로 대처해야할 중대사회문제로 대두한 것이다. 옥도정기나 바르고 투약정도의 대증요법만으로는 치유되기 어렵고 과감한 수술을 단행해야할 계제에 이르른 것이다.
치안본부가 지난28일 교통사고의 주범이라 할 버스와 트럭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무기한 단속을 펴기로 한 것도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간주된다.
경찰의 분석을 보지않더라도 버스와 트럭은 달리는 흉기이자 거리의 무법자다.
지그재그 운전에다 끼어들기·중앙선 침범·과속등 사고의 요인이 되는 못된 짓은 도맡아 하고있다. 더구나 골재를 실은 화물트럭은 적재함을 씌우지 않고 도로를 멋대로 누비며 무섭게 달린다.
골재가 떨어져 뒤따르던 승용차의 앞면 유리창이 박살나면서 일어난 사고만도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자동차수에서는 얼마되지 않는 트럭이 전체교통사고의 24.7%, 버스가 21.2%로 전체사고의 45.9%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이들 차량의 횡포가 어느정도인가를 넉넉히 알 수 있다. 노선버스와 트럭들의 횡포가 이처럼 극심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경찰의 이들 차량에 대한 단속이 의외로 관대한데도 큰 원인이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노선버스나 운수업체에는 이른바 「노선상무」가 있다. 치안본부가 이번에 트럭과 버스를 단속하면서 『눈감아주는 경관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한 것도 예사로 보아 넘길 수 없다.
화물트럭의 경우 운전사들은 대부분이 20대인데다 차주들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리려고 도급제로 운영하고있다.
겁없는 20대가 한순배라도 더 왕복하려고 야생마처럼 마구 달리다 보니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단속도 고질적 병폐와 비리를 먼저 근절하고 업주도 가혹하게 처벌하고 운전사와 업주와의 관계를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만성적인 교통사고의 병폐를 중대 사회악으로 지정해 제도와 법적 미비점도보완하고 예외를 두지 않는 단속을 항구화하길 바란다.
또 교통사고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는 도로의 구조적 결함과 안전시설을 하루속히 정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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