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빅데이터 활용한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집중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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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한계에 부닥친 제조업계의 눈이 헬스케어를 향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의 빅3로 꼽히는 필립스(네덜란드), GE(미국), 지멘스(독일)는 탄탄한 기술력에 빅데이터·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미래 의료’의 로드맵을 그리는 의료기기 빅3의 헬스케어 전략을 알아봤다.

필립스, 매출 45% 헬스케어에서 나와

필립스는 카세트테이프·CD플레이어 등 혁신적인 가전제품으로 세계를 휩쓸었다. 하지만 1990년대 소니 등 일본 기업의 추격을 받으며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위기에 몰린 필립스는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착수해 헬스케어·조명·소형생활가전 등 3대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 중 헬스케어는 전체 매출액의 45%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병원에 한정됐던 의료기기 활용을 가정과 직장까지 넓히는 ‘홈 헬스케어’가 필립스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2013년 선보인 ‘고세이프’는 고령자나 암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 의료기관과 환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버튼만 누르면 지역 의료기관이나 필립스 응급구조센터에서 의료진이 출동해 즉각적인 처치를 받을 수 있다. 갑자기 쓰러졌을 때도 내장된 GPS와 동작감지센서가 자동 인지해 낸다. 국내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필립스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선보인 ‘헬스 스위트 디지털 플랫폼’은 제조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체다. 시계 형태의 헬스워치(심박동수 확인), 팔에 두르는 혈압모니터, 체중계·체온계 같은 기기로 개인의 건강 정보를 수집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디지털 플랫폼에 전송한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식생활 조절, 운동량 등 맞춤형 건강관리 방안을 알려준다. 필립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디지털 플랫폼에 등록된 가전제품·의료기기·앱은 약 700만 개에 달한다.

필립스는 지난해 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하는 아마존 웹서비스와의 제휴를 통해 앱, 병원이 가진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프란스 판 하우턴 필립스 회장은 지난해 10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병 예방·진단·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E, 언제 어디서든 진단영상 확인

130년 역사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에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2001년 9·11사태로 주력 사업이던 보험과 항공기 엔진 부분의 손실이 상당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이후 헬스케어·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고부가가치 산업에 기업 역량을 모은 것이다. 2014년에는 회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가전 부분을 중국 하이얼에 팔면서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GE 헬스케어도 사업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병상관리시스템인 ‘오토베드’가 대표적이다.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해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하는지, 사용 가능한 병상은 얼마인지 파악해 알려준다. 최대 80개의 병상 요청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1000 병상 규모의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이 6주간 오토베드를 적용한 결과 응급실 환자의 대기시간이 1시간가량 줄었다.

GE헬스케어가 지난해 선보인 ‘헬스케어 클라우드’는 GE 영상진단장비로 수집한 이미지를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다. 의료진은 언제, 어디서든 PC와 스마트폰으로 분석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국가, 다른 분야 의료진과의 협업도 한결 간편해졌다. 헬스케어 클라우드는 GE가 10억 달러 이상 투자한 ‘프레딕스’를 기반으로 한다. 프레딕스는 산업인터넷 운영체제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생각하면 쉽다.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앱과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인력, 병원 자재관리 등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멘스, 빅데이터 솔루션 한국 출시 계획

독일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인 지멘스는 2000년대 들어 에너지와 함께 산업 자동화, 헬스케어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개편했다. 지멘스는 의료용 X선 발생장치, 실시간 진단 초음파기기를 처음 출시한 의료기기 분야의 강자다. 지멘스 헬시니어스 박현구 대표는 “영상진단기기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병원이나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는 B2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유럽방사선학회(ECR)에서 공개된 지멘스 ‘팀플레이’는 영상진단장비로 얻은 빅데이터를 의료진이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 준다. 병원 내에서만 활용되던 정보 범위를 지멘스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세계 전역으로 확대하는 클라우드 분석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미국 A병원이 암을 진단할 때 어느 부위에 방사선을 어느 강도로 조사했는지, 그 결과 출력된 이미지는 어느 수준인지 한국 B병원이 알 수 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다른 의료기관이나 지멘스에 소속된 의료진과 협업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때 환자 정보는 알아볼 수 없게 변환된다. 장비 효율성도 높아진다. 팀플레이는 기기별로 X선 조사량, 검사 횟수, 운용 효율을 자동 분석해 낸다. 박현구 대표는 “올해 한국 출시를 목표로 시장성과 관련 제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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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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