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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암 진료 1급 72곳…폐암 잘 고치면 다른 암 치료도 잘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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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남 완도군 모황도에 사는 김숙자(63·여)씨는 10여 년 사이 두 차례 암에 걸렸다. 2005년에는 유방암, 지난해에는 대장암이었다. 2005년 어느 날 오른쪽 가슴에 멍울이 잡혀 작은 병원을 거쳐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수술했다. 5~6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고 10여 년 아무 탈 없이 지냈다. 그런데 지난해 초 갑자기 배가 아팠다. 맹장염인 줄 알았는데 계속 아파 큰 병원에 갔더니 대장암으로 판명됐다. 유방암을 수술한 화순전남대병원으로 옮겨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심평원 암 진료 4만5255건 평가
폐암 치료 1급 병원 79곳 중
72곳이 다른 암진료도 1급

김씨의 남편 조양배(64)씨는 “대장암 진단을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돈도 돈이거니와 다른 암에 또 걸려 깜짝 놀랐다”며 “수술하고 치료받고 나니 좋아져서 다행이다. 수술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유방·대장암뿐 아니라 위·폐암 환자도 잘 진료하는 곳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인정한 1급 병원이다. 조씨는 “주변에서 매스컴을 많이 탄 서울의 병원들을 추천했는데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순전남대병원이 좋다고 해서 믿고 갔다. 유방암 진료를 받고 난 뒤 신뢰가 생겨 대장암도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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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장·폐·유방 등 4대 암 진료를 잘하는 1급 병원이 전국에 72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이 2014년 1~12월(위암은 7~12월) 4개 암 치료 4만5255건의 진료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다. 위암은 201개, 대장암 267개, 폐암 117개, 유방암은 185개 병원이 평가 대상이다. 심평원은 진단·수술·보조항암치료 등 3~5개 영역에서 20여 개 세부 잣대를 들이댔다. 점수를 매겨 1~5등급으로 구분했다. 4개 암 모두 1급 판정을 받은 곳은 상급종합병원(대형 대학병원)이 41곳, 종합병원이 31곳이다. 중소병원과 동네의원은 없다.

서울에 가장 많다. 가톨릭대서울성모·강동경희대 등 23곳이다. 경기도가 14곳, 인천이 4곳으로 수도권에 41곳(57%)이 몰려 있다. 지방에도 골고루 퍼져 있다. 제주와 강원도에도 각각 2곳과 3곳이 있다. 윤순희 심평원 평가2실장은 “4개 암 모두 1등급을 받은 병원은 진료 수준에 차이가 없다는 뜻”이라며 “굳이 서울의 큰 병원에 갈 필요 없이 가까운 1등급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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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운 데서 진료를 받으면 정기검사를 하기도 편리하다. 김영철 화순전남대병원 암센터 소장은 “좋은 등급을 받은 병원의 경우 의료진의 협진 시스템이 잘돼 있을 것”이라며 “여러 과목 의사들이 환자 한 명을 같이 돌보면 잘못될 가능성도 작아진다”고 말했다.

개별 암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곳은 폐암이 79곳으로 가장 적고 대장암이 114곳으로 가장 많다. 폐암 1등급 병원 중 7개 병원만 4개 암 1등급에서 빠졌다. 폐암 진료를 잘하면 나머지 3개 암 진료도 잘한다는 뜻이다. 윤 실장은 “폐암 진료는 주로 대형 병원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위암 가족력 주의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흡연·음주나 매운 음식 선호도에 따라 위암 발병 위험이 최대 55배까지 치솟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2006~2015년 환자 2326명(위암 환자 1058명, 위암 아닌 환자 1268명)을 대상으로 가족력과 위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직계가족 중 위암 환자가 2명 이상일 경우 위암에 걸릴 위험이 여성보다 남성이 5.9배, 도시보다 시골 거주자가 7.5배 높았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9.6배 높았다. 특히 일주일에 소주 2병 이상을 마시면 55배나 높았다. 흡연자는 6.6배, 매운 음식 선호자는 7.6배 위험도가 높았다. 시골 거주자의 경우 위생 상태가 떨어져 위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금주·절주가 위암 예방에 필수적”이라며 “과거에 술을 마신 경험도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되도록 빨리 알코올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메디신(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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