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 교과서 성차별 많다 | 주인공 60% 남자, 여자는 27% | 여자는 겁 많고 부정·의존적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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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의 국민학교 어린이 교과서에는 전근대적 성역할 이념이 구석구석 내재해 있다. 그에 따라 남존여비 사상이 학교 교육에 의해 공공연히 인지되고, 여자 어린이들로 하여금 부정적 자아 개념을 형성케 하여 직업 등 전문적인 일로의 성취 수준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남녀가 평등하게 자신의 개성을 살려 자아 실현을 하고, 긍정적 자아 개념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먼저 국민학교 교과서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주경난 교수(세종대·교육학과)는 주장한다.
이는 지난 26일 하오 2시 이화여대 경영 관에서 열린 한국 여성 학회 총회에서 발표된 논문 『교육 기회의 남녀 불평등-국민학교 교과서 편찬 과정 및 교과서에 나타난 성역할 이념을 중심으로』에서 밝혀진 것.
한 예로 국민학교 1, 2학년 바른 생활과 3∼6학년 국어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주인공 3백 10명중 남자가 60%(1백 87명), 여자가 27%(83명), 남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13%(40명) 다. 즉 남자가 여자에 비해 2배 이상 주인공으로 나온다.
또 이야기 줄거리에서는 남자 어린이는 긍정적·적극적이고 모험심·상상력이 풍부하며 배짱 좋고 높은 성취욕을 가진 성격으로 묘사된다.
반면 여자 어린이는 부정적이고 겁 많고 의존적이며 병약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교과서 삽화에서도 남성들의 직업은 의사·교수 등 전문직·기술직의 비율이 높은데 비해 여성들은 주로 어머니·아내·가정주부로 등장한다. 직업여성은 출현 빈도도 낮지만, 그것도 여공·전화 교환원·판매직 등 저임금의 사회계층이 낮은 하위직 근로자가 대부분이라는 것.
이러한 내용은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이 41.6%, 그중 기혼 여성의 비율이 39.4%며 전문직·행정직·사무직 종사 여성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실을 도외시한 전근대적 모델 제시라는 것이다.
이런 교육 현상은 학교 교육이 우리 사회의 남존여비 사상을 공식적으로 인지케 하고 여자 어린이들로 하여금 부정적 자아 개념을 형성케 하여 성취 수준을 저하시키고 직업 선택보다 전통적 역할에만 머무르게 하는 등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린이 교과서의 내용이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정시킨 것은 교과서 편찬 인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주 교수는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의 교육과정 편찬 준거 설정에는 남녀 평등 이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교과서가 남녀 모두 평등하게 개성에 따라 자아 실현을 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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