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11일의 단상단하|한풀이 인상으로「주지」흐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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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초 8일간으로 잡았던 국회 대정부질문이 11일만에 끝났습니다. 의원발언이 발언대에 오르기도 전에 말썽 돼 이를 연기됐고 발언한 의원의 보좌관을 검찰이 소환한 문제로 하루가 또 늦어졌읍니다.
-「소환」사건은 민정당에서조차 까맣게 몰랐다는데 결과적으로 정부 여당쪽에서 한번 당한 셈이 아닐까요. 민정당의 원내전략이 온건하다는데 불만을 품은 여쪽의 당외에서 나온 작품이란 분석도 있어요.
-얼핏보면 정부와 여당이 서로 손발이 맞지않은 것처럼 비치고 있으나 몇몇 의원의 발언이 사전 말썽될 무렵 이미 이세기총무와 최영철부의장이 공식 비공식으로「원고사전배포」 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경고한 사실과 연결시켜보면 민정당쪽에서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거라는 감도 있읍니다.
-김태룡 김정점의원(신민)발언후 정부쪽 관계기관과 여당의 대책희의가 있었으며 곧이어 발언자들에 대한 내사가 은밀히 진행됐다는 거죠. 이과정에서 조정(?)안된 원래의 원고가 상당량 재야와 학생들에게 돌려진것을 포착했답니다.
-검찰에선 김정길의원의 발언전날부터 발언내용및 그와 관련된 제반사항에 대해 법률적검토를 착수했답니다. 이날은 이미 원고가보도용으로 배포된 뒤죠.
의원이 원내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선 채임을 지지않는 면책특권이 있으나 그것을 원외에 배포할 때는 문제된 부분을 삭제한배포용 손기록만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보도용이라 하더라도「원안」배포는 내용에 따라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답니다. 내용에 따라선 유언비어 날조 유포조항이나 국가보안법까지 적용할 수도 있게 돼 있죠.
-검찰의 그러한 조치는 김영삼씨의 동경발언이후 수행했던 김명윤변호사와 김덕룡비서실장을 내사한 것과도 맥을 같이하다는 추측입니다.
-민정당과 법무장관이 몰랐다고 하지만 그러나 큰 흐름에선 정부 여당이 사전의견절충을 했던 것으로 보는게 타당할거예요.
-실상 10월 중순 당정고위회의에서 의원발언문제가 나왔고 매우 강경한 대책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김성기법무장관이 소환 취소는 절대 있을 수 없고 앞으로도 이러한 사항은 계속 문제될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했어요.
-신민당에선 이번 사건을 야당의 행동반경 위축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모두들 심각하게 받아들였읍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자세에서 이민우층재 김수한부총재등이「단호하면서도 신중한 대처」 를 내세운 반면, 김동유총무등은「강경한 대응」을 주장했어요.
-그러나 법무장관의 해명을 들은 신민당의원들은 장관이 사과의 뜻을 할 만큼 표시했고 의장의 대행정부 경고 역시 수준 급이었다고 보더군요.
그런데도 지도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사과받지 못한 것처럼 밖으로 노출시켜버렸다는 비판이 나왔어요.
-정부. 여당으로선 이번사건에서 성과를 얻은 측면도 있습니다. 신민당의원들에게 어느정도의 위축감을 심어줬고 그러면서도 보정법을 앞세워 국회를 모양있게 끌고갈 수도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았나 하는 분석도 가능해요.
-신민당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실제로「파국」에 대한 위기의식과 개인적인 위압감이 느껴지는 모양이에요.
-이번사건에선 이재형의장의 사회 및 중재솜씨가 다시 한번 돋보였죠.
한때 이의장에게 불만을 품고있었던 민정당내부에서도 이의장덕분에 난국을 갈 헤쳐나간다고 극찬하고 있어요.
-이번 대정부질문을 11대와 비교해 볼때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11대와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죠. 이번엔 실제로「대정부」질문은 대폭 줄어들고「정쟁성」발언이 난무했거든요. 이를테면 수위높은 발언으로 소위「성역」을 무너뜨린것이 개원국회때와 마찬가지로 12대 국회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들 수 있겠죠.
-한마디로 산적한 현안과 국민의 시선에는 부응하지 못한 질문과 답변이었던게 사실이에요. 의원들의 발언내용은 국민적 관심사나 정책적인 것보다 여야정치공방이 많았고, 원색적이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발언만 무성했다는 느낌입니다.
-발언자체보다 단하의 야유욕설등이 더 부각됨으로써 본래의 사지가 흐려지고만 감도 있죠.
-국민들을 위한 정책면과 국민간 갈등을 수렴하고 정확하기보다는 해묵은 원한 감정의 찌꺼기를 쏟아놓는데 주력해 결국 한풀이「대결」의 모습만 보여줬다고 할까요.
-그렇게 의원들만 나무라기 보다는 안고 있기만 하고 풀지는 못하는 수많은 정치현안이 쌓여있는 현재의 정치난황이 더 문제라고 봐야죠.
-야당측은 수위높은 발언을 성과라고 치고 있습니다. 이민우총재는 모든 문제를 개헌의 필요성 당위성과 연결시킨 점에서 잘해 냈다고 자평하고 있읍니다.
-사실 문제발언들도 내용을 알고보면 대단한 것도 아닌데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데서 국민들로부터 엉뚱한 궁금증과 유언비어를 낳게하는 부분도 있어요.
-정부답변도 수준 이하였어요. 국회에서 새롭게 나온 답면이 하나도 없고 짧게, 어물이물, 성의없이 넘긴 대목이 많죠.
-여야의 말싸움을 찬스로 잡아 적당히 넘어가면 그만이다라는 식으로 꼭같은 답변이 자주 되풀이 됐어요.
-의원들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지 못한데도 이유가 있을 겁니다. 보충질문은 형식적이거나 원래의 구실을 다 못하고 대개 호통으로 그쳤어요.
-그런중에도 민정당의 남재희, 김종인, 이상희, 조남조의원과 신민당의 허경구, 조홍내, 김한수의원등의 발언은 논리적이고 호소력이 있어 돋보였읍니다.
-남의원의「내각책임제및 대통령중심제 절충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될 처지」라든지 박경석의원의「남북고위회담이 실현될 경우 이념적 갈등에서 일어날 여러 문제」에 대한 지적들은 주목할만한 대목이었읍니다.
-많은 분야에서 여야 시각이 엇갈렸지만 경제문제에 있어서만은 여당의원들도 정부의 실책을 공격하는 대목이 눈에 띄는등 그런대로 공감대가 있는 것 같더군요.
-최대의 현안인 무역마찰부분에 대해 기대되는 만큼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웠어요.
-내용보다는 여야가「지독히 싸웠다」는 인상만 남는 것 같습니다. 정치력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겠죠만 이젠 고함 야유 욕설등은 의정단상에서 추방돼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회기 또한 원만히 치러지긴 힘들지 않을까요.
-여당측은 11월8일까지 상위활동, 11월11일부터 예결위, 12월2일 예산안 통과등으로 잠정 설정해놓고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예결외 구성결의안부터 단독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읍니다.
-신민당은 최대목표인 개헌특위구성관철을 위해 어느 대목에서든「한바탕」을 치를 각오로 있으니 시점이야 어떻든 마찰은 불가피한 전망입니다.
-그렇지만 특별한 증대 변수가 새로 나오지 않는 한 삐거덕 소리를 내면서도 이번국회는 그런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많아요.
-상임위 예결위에서는 아무쪼록「기세대결」보다는 본론대결이 있었으면 합니다. <정리=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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