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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시계 제로 ‘불확실성의 시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이튿날인 24일 세계 금융시장은 홍역을 치렀다. 한바탕 폭풍우는 지나갔다. 하지만 미답의 영역에 발을 디딘 영국의 선택으로 세계 경제는 여전히 시계 제로다.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2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시대’가 장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세계 증시 2조5465억 달러 증발…독·프, 추가 이탈 방지 위해 재량권 확대하는 ‘유연한 EU’ 검토 중
슐츠 유럽의회 의장 “영국, 유럽 인질 삼지 말고 조속히 EU 떠나라”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24일(현지시간) 하루에만 8.05% 급락한 파운드당 1.37달러를 기록했다.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는 대거 안전자산으로 움직였다. 주요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수익률은 전날보다 0.186%포인트 떨어진 1.56%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0.051%)과 일본(-0.185%) 10년 국채 만기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2.05% 상승했다. 일본 엔화 값은 급등했다. 전날보다 3.85% 오른 달러당 102.22엔에 장을 마감했다. 아베노믹스로 3년간 끌어내린 엔화 가치는 4시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미국 뉴욕 시장에서 금값은 전날보다 4.69% 오른 온스당 1322.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4일 하루에만 전세계 증시에서 2조5465억 달러(약 3000조 원)가 사라졌다. 미국 다우존스는 3.39%, 나스닥은 4.12% 하락했다. 영국(-3.15%)과 독일(-6.82%)·프랑스(-8.04%) 등 유럽 증시도 급락했다. 엔화 급등의 충격에 일본 닛케이는 7.92% 폭락했고 한국 코스피도 3.09%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93% 떨어졌다.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달러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이후 선물시장은 7월과 9월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0%로 예상했다.

주요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세계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하고 유동성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5~26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에서는 중앙은행 총재들은 브렉시트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U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들은 EU 회원국들의 추가 이탈 방지를 위해 각국에 재량권을 확대하는 ‘유연한 EU’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5일 전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정치 싸움으로 유럽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영국은 조속히 EU에서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도 독일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퇴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 (캐머런 총리가 사임하고 새 영국 총리가 취임하는) 10월까지 기다려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협상이 당장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을 포함한 EU 28개국 정상은 28~29일 브뤼셀에서 만나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한편 영국에선 브렉시트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국민투표 재투표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서에 너무 많은 이용자가 몰려 영국 하원의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됐다. 재투표 청원서에 서명한 사람은 24일 오후(현지시간) 20만 명을 넘어섰다. 또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에 따르면 영국 네티즌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 발표 후에서야 인터넷에서 ‘우리가 EU를 떠나면 어떤 일이 발생하나’‘EU가 뭔가’ 등 질문을 가장 많이 검색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 트렌드는 사용자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대중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야 브렉시트에 대해 검색한 영국인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현옥·이철재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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