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를 대비한다지만…과학기술법 너무 많다|중복·졸속으로 종합조정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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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0년대 과학기술 입국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과학기술과 관련된 각종 법안이 성안됐거나 한창 제정 중에 있으나 상호 중복된 부분이 많고 졸속으로 흐르는 감이 있어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검토, 조정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다.
현재 ▲과학기술혁신 기본법과 ▲공업발전 법이 완전 성안돼 관계부처 및 당정간 협의중이거나 국무회의에서 통과됐고 산업기술 연구조합 육성법은 의원 입법으로 국회 경과위에 상정중이다.
역시 의원 입법인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예정이고 ▲정보화 사회기반 조성법도 공청회에서 토론을 마치고 정기국회에 제출 될 예정.
이밖에 ▲해양개발 기본법 ▲우주산업 기술개발 촉진법 ▲첨단기술 산업단지 법 ▲대체 에너지 개발촉진법 등이 민정당에 의해 성안작업 중이다.
이 법들은 신기술이나 모험기업에의 투자를 촉진하고 국민적 기금을 조성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상호 중복되는 점이 많고 ▲기금을 주관부처들이 따로 관장하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효용적 사용이 어렵고 ▲법이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자칫 법 만능의 우려가 있다는 등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어 이들을 조감할 수 있는 차원에서 종합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 혁신기본법에는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소관부처별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토록 돼있으나 공업발전 법에는 공업기반 기술향상을 위한 계획을 상공부 장관이 확정 고시토록 했고, 유전공학육성법에도 기본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이 밖의 다른 법안에도 정보화 사회 기반조성 계획· 해양자원의 부문별 개발 계획· 우주과학기술 및 첨단기술 산업단지 개발 계획· 대체 에너지 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토록 규정하고 있어 이들 계획의 일관성 종합성 확보를 위한 종합계획과 분야별 계획간의 연계가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이들 법에는 관련사업을 심의하기 위해 기술진흥·공업발전· 창업 심의회, 산업기술연구조합 심의회, 정보화 사회기반 조성위원회, 해양개발정책 심의회, 국가 우주개발위원회 및 우주개발 협의회, 대체 에너지 개발 종합추진위원회 등 수많은 협의회·위원회가 난립해 있어 혼란·중복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
따라서 과학기술 개발목표와 중장기 계획에 의해 총괄· 조정할 수 있는 몇 개의 위원회만 활용하고 다른 분야의 위원회는 해당 부처의 자문기관 정도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들 법안은 또 국책연구개발사업자금· 공업발전기금· 창업지원기금· 기술개발자금· 정보화 사회기반조성기금 등 10여 개의 기금조성 및 지원방안을 규정하고 있으나 중복 및 편중된 지원을 피하고 한정된 투자재원을 우선 순위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 투자효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신기술사업투자회사의 설립·육성에 관한 것도 3개 법안이 규정하고 있고 이를 관장하는 부처가 재무부· 상공부 등으로 각기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이밖에 신기술에 대한 보호·지원 방안도 권위 있는 연구소가 있는 기관이 일관성 있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김영우 한국 산업기술 진흥협회 부회장은 『과학 기술의 기본정책 방향을 담을 기본법과 개별·전문적인 요소를 갖춘 개별 법이 상호 유기적인 관련을 갖도록 종합,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처· 한국과학기술원 관계자들은 『이들 법은 산재된 정책수단을 체계화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하며 기본법에 의거, 분야별 정책수단을 구체화하는 법은 바람직하나 특정기술 분야별 개별법률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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