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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동성애 아닙니다” 역사가 된 ‘형제의 키스’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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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사진으로 본 현대사 10장면

“동성애 아닙니다” ⓒ Stringer / Reuters / 1986.4.21

“동성애 아닙니다”
ⓒ Stringer / Reuters / 1986.4.21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6년 4월 21일 동독 공산당 서기장으로 재선된 에리히 호네커(1912~94)에게 축하 입맞춤을 합니다. 양국의 돈독한 우정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한 거죠. 사회주의자들끼리의 이른바 ‘형제의 키스’(독일어 브루더쿠스)라고 해요. 이로부터 3년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동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호네커의 독재가 절정으로 치닫던 1989년. 동독 건국 40주년 기념일이던 10월 7일 호네커는 동독 건재를 과시하는 대대적인 열병식을 거행해요. “베를린 장벽이 100년은 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합니다. 그러나 22일 뒤인 11월 9일, 장벽이 무너짐과 동시에 호네커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말았죠. 당시 기념식에서 개혁주의자 고르바초프는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변화를 거부하는 자에게 멸망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어요.

사실 '형제의 키스' 원조는 고르바초프가 아니라 1979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주네프와 호네커가 나눴어요. 현재 베를린 장벽에도 이들의 입맞춤이 그려져 있어요. 유명한 관광 포인트이기도 하죠.

1986년, 그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와락 덤벼드는 호네커의 정면 키스를 피하려고 고르바초프가 입술의 각도를 약간 볼 쪽으로 틀었다고 해요. 그래도 역사상 가장 강렬한 마초들의 키스로 기록될 만하죠? 이 사진을 보고 누군가 자신의 말로를 예감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시민이 무너뜨린 장벽 ⓒ David Brauchli / Reuters / 1989.11.11

시민이 무너뜨린 장벽
ⓒ David Brauchli / Reuters / 1989.11.11

한 시위자가 망치로 베를린 장벽을 힘껏 부수고 있네요. 그 위로 동독의 국경수비대 병사들도 보이고요. 그런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그동안 동서 베를린을 갈라 자유로운 통행을 막았던 냉전의 상징 베를린 장벽을 철거하는 데 너나없이 뛰어든 상황이었으니까요. 이 사진을 찍기 이틀 전인 1989년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공식 기념일이랍니다.

베를린 장벽은 2차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승전국들이 분할 관리하면서 생겨난 건데요, 우리나라의 3·8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차이가 있다면 서독과 동독 전체를 가르는 경계가 아니라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나눈 거죠.

베를린은 동독 지역에 속한 도시여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관리하는 서베를린은 소련이 관리하는 동독에 둘러싸여 섬처럼 존재했어요. 비유하자면 북한에 있는 개성의 일부가 남한 관할에 있다고 이해하면 돼요.

그런 서베를린을 더욱 고립시키기 위해 동독은 1961년 8월 13일 장벽을 쌓기 시작했어요. 장벽 위로 곳곳에 감시탑이 놓여 두 지역 간의 이동을 완전 차단합니다. 갑작스런 조치로 이산가족이 속출했죠.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수천 여명이 탈출을 시도하다 그 중 상당수가 숨지기도 했어요.

결국 1989년 동유럽의 개혁 바람으로 호네커가 실각하고 서독 방문이 즉각 허용될 거라는 언론 오보가 퍼지면서 흥분한 동독 시민들이 서베를린으로 마구 넘어갔어요. 동독의 국경수비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 Suhaib Salem / Reuters / 2005.9.6

팔레스타인 평화는 언제쯤
ⓒ Suhaib Salem / Reuters / 2005.9.6

가자지구 서쪽 네베 데칼림의 유대인 정착촌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이 이스라엘군이 발사한 섬광수류탄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입니다. 가자지구가 어디냐고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은 320만 명 정도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로 나뉘어 살고 있는데요. 중간에 이스라엘 영토가 있어 둘 간의 왕래가 매우 불편한 상태입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이끄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과거 뮌헨 올림픽 이스라엘 선수촌 공격 등 테러를 저지르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으로 국방권을 제외한 자치권을 얻어 이스라엘과 공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접경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내 과격 세력과 이스라엘 군의 무자비한 대응으로 충돌이 빈번해 여전히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의 씨앗은 2차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연합국의 승리로 독일의 박해를 받았던 전 세계 유대인들이 2000년 전 자신들의 땅으로 다시 돌아와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건국합니다. 이때 이 땅에서 살고 있던 이슬람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스라엘은 주변국들과 여러 차례 중동전쟁을 벌이며 영토를 확장해 팔레스타인 땅을 현재 두 지역으로 고립시켰답니다.

ⓒ Adrees Latif / Reuters / 2007.9.27

취재와 생명을 맞바꾼 기자
ⓒ Adrees Latif / Reuters / 2007.9.27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양곤에서 시위를 진압하던 정부군의 사격을 받아 사진기자가 쓰러져 있습니다. AFP통신의 나가이 겐지(1957~2007) 기자예요. 셔츠 위로 붉은 총상 자국이 보이죠? 총을 맞고도 계속 카메라를 들고 미얀마 독재 정부의 무자비한 진압 장면을 더 찍으려 하는 모습이에요. 잠시 후 나가이 기자는 50세의 나이로 숨졌습니다.

이듬해 2008년 9월 28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미얀마 군의 기밀문서를 인용해 군부가 시위 현장의 카메라 소지자를 총격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보도합니다. 진압 과정의 우발적인 총격이 아니라 군 명령에 의한 고의 사살임이 밝혀진 거죠. 미얀마 정부는 이후 사과했습니다.

2008년 퓰리처상 사진대상을 수상한 이 사진이 없었다면 나가이 기자의 투철한 기자정신도 알려지지 않았겠죠. 로이터통신의 무라모토 히로유키 사진기자 역시 2010년 4월 10일 태국 방콕에서 시위대와 정부군의 충돌 현장을 취재하다 사망했습니다.

ⓒ Iain D. Williams / Reuters / 2009.11.20

새끼를 먹은 북극곰
ⓒ Iain D. Williams / Reuters / 2009.11.20

캐나다 처칠의 북쪽 300km 부근에서 수컷 곰이 잡아먹은 새끼의 머리를 옮기고 있어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사냥터가 줄어든 북극곰이 먹이를 잡지 못해 동족을 잡아먹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 Dylan Martinez / Reuters / 2011.2.11

IT 기술과 아랍의 봄
ⓒ Dylan Martinez / Reuters / 2011.2.11

30년간 이집트를 철권 통치해 온 호시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하자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한 반정부 시위자가 노트북 컴퓨터를 높이 들어 사임식 장면을 보여 주네요. 알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 관계자는 “혁명의 메시지는 새로운 미디어, 주로 위성 채널을 통해 시골 지역까지 퍼져 나갔다”고 감격했죠.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촉발된 북아프리카발 아랍의 민주화 운동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Damir Sagolj / Reuters / 2011.10.5

나 홀로 조명을
ⓒ Damir Sagolj / Reuters / 2011.10.5

전력난으로 전기가 모두 나간 평양의 주거 단지에서 한 아파트 외벽에 걸린 김일성 초상화만이 나 홀로 조명을 받고 있네요. 김정일이 사망하기 두 달 전쯤이니까 전력 사정이 최악이었을 때인데요, 북한은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김 부자의 주요 성역 시설과 동상 등에는 불을 끄지 않는다고 해요.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극도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요 특히 이 시기에 ‘고난의 행군’이라 부르며 주민들을 독려했어요. 김일성이 1930년대 항일 투쟁을 할 때 혹한과 굶주림을 이기고 행군한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 Damir Sagolj / Reuters / 2013.9.21

죽음의 땅에 자판기
ⓒ Damir Sagolj / Reuters / 2013.9.21

일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나 인근 출입금지구역 논에 코카콜라가 그려진 음료수 자판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어요. 2011년 3월 일본의 동북 해안에 리히터 9.0 규모의 강력한 지진과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가 일어나 바닷물에 밀려 온 거죠. 이 지역은 방사능 오염으로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는데요, 망가진 논 위로 문명의 이기인 자판기가 ‘나 홀로’ 버티고 있네요.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전력 공급이 끊기며 냉각수가 작동하지 않아 노심 용융이 일어났고 수소 폭발과 함께 결국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돼 주변 토양과 바다가 오염됐어요. 2만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1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어요. 반경 20km의 지역이 강제 소개돼 아직도 주민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Stephane Mahe / Reuters / 2015.1.11

펜은 총보다 강하다
ⓒ Stephane Mahe / Reuters / 2015.1.11

파리에 운집한 수십만 명의 프랑스 시민들이 ‘연대를 위한 공화 행진(MarcheRepublicaine)’을 벌인 가운데 한 참가자가 거대한 연필을 들고 있어요. 사회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ile Hebdo) 사무실의 총기난사 사건 등에서 발생한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진입니다. 앞서 7일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 침입, 총기를 난사해 편집장과 직원, 경찰 등 12명이 사망했습니다.

좌파 성향의 샤를리 에브도는 기독교와 교황, 유대교 등 종교 마저도 성역 없이 비판해 왔는데요, 이슬람교 또한 예외가 아니었죠. 2006년부터 무함마드 만평 등의 게재로 이슬람권과 마찰을 빚어 왔답니다. ‘표현의 자유냐, 종교 모독이냐’ 논쟁을 야기했죠. 이슬람교에서 선지자 무함마드는 그림 등으로 표현하는 걸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요. 2006년 덴마크 일간지가 무함마드의 머리 두건을 폭탄으로 묘사했다 이슬람권에서 덴마크 유제품 불매 운동 등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 Yannis Behrakis / Reuters / 2015.8.9

“이제 안심해도 될까요?”
ⓒ Yannis Behrakis / Reuters / 2015.8.9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 섬 해안에 도착한 직후 시리아 난민들이 자신들이 타고 온 작은 선박 위에서 셀카를 찍고 있어요. 조금이나마 안도한 걸까요?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바다를 통해 터키를 거쳐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이 12만 4000명이나 된답니다. 유럽은 밀려드는 난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인도적으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실업을 걱정하는 사람들 간의 논쟁이 격화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많은 난민이 한꺼번에 몰려든 걸까요?

터키 아래 시리아가 극심한 내전 상태이기 때문인데요, 오랜 독재를 해 온 알 아사드 정권과 반군의 격돌에다 IS(이슬람국가)까지 3중 충돌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이슬람권은 원래 시아파와 수니파라는 종파의 대립이 극심합니다.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반군은 수니파예요. 그러다 보니 중동 국가들 간에도 지원 세력이 갈리는데요, 시아파인 이란과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서로 반대편을 밀어주고 있죠. 여기에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IS까지 끼어들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요.

게다가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서방국들이 반군을 지원하는 가운데 전 세계를 상대로 지하드(성전)를 선포한 공적(公敵) IS에 대응할 때는 협력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요. 터키는 반군을 지원하지만 IS와는 미묘합니다. IS와 맞선 쿠르드족 반군을 진압해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그 사이 화학무기가 등장하고 주변국으로 미사일이 잘못 날아들어 보복 공격을 받는 등 수백만의 난민이 대량 발생했어요.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로이터 통신의 이 같은 보도 사진들은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로이터 사진전: 세상의 드라마를 기억하다’ 전에는 로이터가 160여 년 동안 포착한 20세기 기념비적 사진 440여 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어요.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사진 제공=로이터 사진전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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