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멕시코 여행' 자칫 마약 운반범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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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국경에서 적발된 `마약 부리토`. 3000달러 상당의 메탐페타민이 들어 있었다. [CBP 제공]

지난달 17일 오후 샌루이스 국경검문소.

17세 미국 시민권자 소년이 검색대에 섰다. 어린 소년을 보고 이민심사관은 일상처럼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이니?" "소노라(멕시코의 주)에 사는 친척집에 갔다가 샌루이스 우리집으로 돌아가요."

소년은 무사통과하는 듯했다. 그때였다. 마약탐지견이 소년의 주변을 맴돌며 짖기 시작했다. 2차 검색대에서 소년의 윗옷을 들추자 허리춤에서 테이프로 붙인 메탐페타민 마약 5파운드가 발견됐다. 시가 1만5000달러 상당이다. 마약운반 대가로 소년이 받기로 한 수고비는 800달러였다.

최근 가주-멕시코 국경에서 고교생 등 10대 시민권자들이 수백 달러의 용돈에 현혹돼 마약을 운반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붙잡힌 10대들은 국경 앞에서 만난 마약조직원들의 회유나 협박에 못 이겨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 입학을 앞둔 한인 10대들도 '친구끼리 떠나는 멕시코 여행'에서 자칫 유혹의 손길에 현혹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세관국경보호국(CBP) 따르면 2013년 샌디에이고 국경에서만 10대 마약운반책 118명이 체포됐다. 다행히 지난해 70명으로 감소했지만, 적발된 숫자에 불과하다. CBP측은 "몇 명이 무사통과 했을지 알 수 없다"고 실태를 전했다.

마약조직의 10대 운반책 활용 방법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다. 옷 속 몸에 테이프로 붙이는 '신체 운반(body carrier)'은 가장 흔한 방법이다. 지난달 20일에는 비닐봉지에 담긴 부리토속에서 마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마약 부리토'를 밀반입하려던 소녀는 '점심'이라고 속였다. 부리토 1개에 담긴 마약은 3000달러 상당으로 운반 대가는 500달러였다.

마약조직원들은 용돈과 함께 '미성년자'라는 연령을 이용해 10대 운반책들을 회유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카운티검찰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초범일 경우 연방법원이 아닌 미성년자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때문에 양형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분별력을 잃은 10대들의 실태는 법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에만 샌디에이고에서 5명의 10대 마약운반책이 마약소지혐의로 기소됐다.

셰리 워커 홉슨 연방검사는 "10대들은 당장 눈앞의 현금에만 현혹되어 있다"며 "당장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인생을 망치는 중범죄"라고 경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마약운반책으로 적발될 경우 성인이 된 후 범죄경력 때문에 취업이 어렵고, 전문직 라이선스 역시 취득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각종 연방정부 수혜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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