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의원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 잘해줬다" 또 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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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에토 다카미(江藤隆美.77)일본 자민당 의원이 망언 행진을 벌이고 있다.

에토는 최근 펴낸 '진정한 악역이 일본을 구한다'는 책자에서 "일본은 조선인에 대해 차별을 하지 않았다. 브라질과 홍콩은 옛 종주국인 포르투갈과 영국을 예우하고 감사해 하는데 왜 일본만 계속 사죄해야 하는가. (조선에 대해) 우민정책을 취하지 않아 지금도 비난받고 있는 것인가"라고 망언 폭탄을 늘어놨다.

그는 지난 12일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난징(南京)대학살을 날조라고 주장해 한국.중국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책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 지배하면서 반성할 점도 다수 있지만 현대의 기초가 된 좋은 일도 많이 했다. 조선의 발전을 위해 학교.다리.항만.철도 등을 만들었다.

한일합방 전 (조선인들이) 연료를 구하기 위해 마구 벌채해 민둥산이 된 것을 일본 정부가 나무를 심는 등 관리했다. 농업기술 도입 등으로 농가 생활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일본은 조선인들의 생활수준을 일본인과 같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일례가 일본 내각 각료보다 더 많은 돈을 李씨 왕가의 사람들에게 지원하고 일본 정부에 공을 세운 이완용 등 76명을 귀족으로 대우한 점이다. 양국이 합의해 이뤄지고 다른 국가들도 인정했던 합방조약이 왜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지 나의 우수하지 않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일본이 조선에 만든 사범대를 거쳐 일본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일본은 다른 서구 국가들과는 달리 식민지에 대해 우민정책을 펴지 않았고, 약탈을 되풀이하지도 않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에 대해 16일자 사설 '에토씨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가'에서 "종래의 교과서를 비판하는 (보수우익세력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도 한일합방에 대해 '일본이 한국 내 반대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강행했다'고 적고 있다.

에토씨는 '한일합방은 국제연맹이 승인했다'고 했지만 (한일합방은) 국제연맹 발족 10년 전의 일"이라며 "단순한 착오인지, 의도적인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에토씨는 정치권에 변동기류가 있을 때마다 파격적인 한 마디를 던지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며 "불황.구조조정으로 어려운 때는 거친 말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계산해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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