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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V 쇄국…한류 드라마 이어 예능도 황금시간대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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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류 프로그램의 중국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의 방송 정책과 심의를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廣電總局)은 최근 외국 방송으로부터 판권(포맷)을 사들인 프로그램의 황금시간대 편성을 제한하고 자체 창작 프로그램 편성을 늘리라는 내용의 지침을 각 방송국에 내려 보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의 가치와 문화를 중시하며 외국 방송 콘텐트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위성방송국 1년에 2편만 가능
외국과 합작한 프로도 규제 대상
언론선 ‘중국판 런닝맨’ 사례 적시
방송포맷 수출 늘던 한국 큰 타격

2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앞으로 중국의 모든 위성 방송국은 황금시간대(오후 7시30분∼10시30분)에 외국 판권을 수입해 리메이크한 프로그램을 1년에 두 편 초과 방영할 수 없다. 기존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 외에 신규 프로그램 방송은 1년에 한 편으로 제한되며 이 경우에도 첫해는 황금시간대에 편성할 수 없다.

광전총국은 이어 ▶중국 방송사가 외국 기관과 협력해 만든 프로그램 ▶외국인을 주 제작자로 기용해 만든 프로그램 ▶외국인이 프로그램 제작에 지도적 역할을 해 만든 프로그램 가운데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완전하게 소유하지 못한 프로그램의 경우는 ‘판권 구매에 의한 외국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바뀐 규정에 따라 판권 구매를 통해 외국 프로그램을 방영하려는 위성 방송국들은 2개월 전에 성(省) 정부와 중앙정부 광전총국의 사전 심의·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규정은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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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은 이번 규정이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 최근 외국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체 제작 프로그램 비중이 떨어진 상황을 들었다. 신화통신은 저장(浙江)위성TV가 리메이크해 방송 중인 ‘달려라 형제’(원작 SBS ‘런닝맨’), 네덜란드의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 ‘더 보이스(The Voice)’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판권을 사들여 중국 연예인들을 출연시킨 리메이크작들이 각광받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2015년 중국에 팔린 한국 예능 포맷은 23편. 한국 방송사와 공동제작하거나 한국 방송인력을 초청해 ‘제작지도’를 받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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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자문회사 인베스트 베이징의 임훈기 대표는 “시청률이 높은 5~6개 위성TV가 저마다 한국 예능 프로의 중국판을 방송하고 있다”며 “이들이 이끌던 예능한류나 한국 방송인력의 중국 진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이미 부분적으로 시행하던 예능 포맷 편성 규제를 전면 확대하고 공동제작에까지 제동을 걸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향후 공동제작을 하더라도 한국 측이 저작권 수익을 나누지 못한다면 중국의 하청업체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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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은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크게 히트한 직후 해외 드라마의 온라인 편성을 전체의 30% 미만으로 제한하고 사전심의제를 도입했다. 지상파·위성방송의 황금시간대 해외 드라마·영화에 대한 편성 규제는 2012년 이뤄졌다.

윤종호 전 에브리쇼 대표는 “최근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온라인 상영으로 예상 밖 성공을 거뒀지만 정부 주도로 규제의 칼을 언제든 들이댈 수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이후남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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