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만 「규모의 경제」로 체질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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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북에서 서남쪽으로 70km를 달리면 신죽공업단지가 나타난다. 자유중국정부가 50년대 수출자유공단을 건설, 수출입국의 기치를 올린 이래 두번째로 시도하는 성장전략기지다.
수출자유공단이 신흥공업국(NICS)으로의 도정이었다면 신죽공단은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겨냥한 비장의 카드인 동시에 노동집약형 재래산업으로부터 기술집약형 미래산업으로의 체질전환을 모색하는 대만경제의 상징이라 할수있다.
80년 공사에 착수한 이래 63만평의 기지에는 이미 18개의 컴퓨터및 관련제품회사, U개의 전자업체,7개의 통신기기와 7개의 소재산업,3개의 생화학회사등 모두 58개 첨단기업의 입주가 확정됐고 그중 48개는 가동중이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하는 공단건설의 성공을 위해 자유중국정부는 입주업체에 대해 5년간의 법인세 소득세등 각종세금면제, 공장설비및 수출을 원자재에 대한 수입관세면제, 금융지원등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7천명의 인원중 32%가 대학졸업자이며 그중 40명이 박사학위 소지자,2백명이 석사출신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지원없이 개인기업이 시도하고 있는 일을 이곳에서는 관·견·학·협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의 경제상황을 보는 눈이 우리보다는 심각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병목에 걸린 대만경제를 구출하기 위한 자산중국정부및 산업계의 노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 하나는 당면의 불황탈출을 위한 수출확대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체질개선 작업이다.
수출확대전략은 일견 시장다변화, 환율인상, 금리인하, 보호주의의 무마를 의한 수입개방조치등 우리가 취하고 있거나 취하려는 조치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이념을 넘어선 중공시장 진출, 중미를 통한 미국시장에의 우회침투등 주목을 끄는 대목이 없지 않다.
홍콩을 통한 대만상품의 대중공수출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81년에 이미 3억9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고 작년에는 4억2천6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6월말에 이미 5억3천만달러를 돌파했다.
주목될 것은 수량이 아니라 자유중국정부의 태도다.
대만의 대중공수출에는 자유중국정부로서 쉽게 허락하기 어려운 껄끄러운 문제가 있다. 중공은 대만을 벌써부터 자국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대만상품에 대해서는 관세의 면제등 내국상품과 동일한 대우를 하고있다.
수출을 하는데는 더 이상 바랄게 없는 특별우대조치라고 할수 있지만 말끝마다 본토수복을 다짐해온 자유중국정부로서는 참기 어려운 대접이다.
그런데 금년들어 자유중국정부는는 중공과의 교역에 ①불접촉 ②불통상 ③불회피의 3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렸다.
직접 중공과 접촉을 갖고 통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묵인하겠다는 얘기다. 중공과의 간접무역을 공인한 것이다.
중국인다운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 을 보인 것이나 그 속에서 현상타개를 위한 비장한 결의를 읽을수 있다.
이에 대해 대만에서 발행되는 경제전문 월간지「탁월」의 사장겸 편집장 임일봉씨는 「정부가 권할수는 없으나 현실적으로 마케팅을 할수 있는 찬스인 만큼 기업가가 국가의 시책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반용을 보이고 있다.
대만이 힙을 기울이는 또하나의 새로운 시장이 중미카리브연안제국이다.
미국은 이지역국가들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84년 이른바 CBI(Caribian Basins Initiative)정책을 발표했다. 이지역에 무상원조를 실시하는 한편 이들 나라제품의 미국수출에는 관세를 안물리겠다는 내용이다.
대만산업계는 재빨리 이에 편승, 이미 도미니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3개국에 신발 의류 가구메이커 6개회사가 현지공장을 건설했다. 물론 미국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금년봄 조사단이 현지를 다녀봤으나 투자환경이 나쁘다고 진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똑같은 시장에 대만은 특별법까지 만들어 기업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대만의 기업체질개선을 위한 노력도 괄목할만 하다.
금년도 경제시책에서 자유중국정부는 「대무역상의 발전촉진」 「상업의 현대화」 「모방상품의 근절」을 당면 목표의 일부로 제시했다.
초대형집적회로(VLSI) 공업기자재 화학공업등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기술도입을 강화하며 중소기업을 계열화, 대기업을 중심한 위성시스팀화 한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지금의 산업구조와 중소기업체질의 문제점을 정부 주도하에 시정해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만에서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중소기업체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정책이 구체화 된것이 7월1일부터 실시된 수출허가증에 제조업체 등록번호 기재의무, 수출실적(20만달러 이상)에 의한 수출입업자「자격 규제」실시 등이다.
민생주의의 차원에서 누구나 마음대로 물건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던 것을 제한하고 규모의 경제를 유도해 보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디자인 공업국이 고유브랜드 개발을 위한 자금, 기술지원을 하기로 한것도 국제하청업체의 신세를 벗어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만경제연구소의 노익낭박사는 자본과 기술을 갖춘 대기업육성이 시간이 걸리므로 외국기업과의 합자를 서두를 수밖에 없으며 정부도 이 방향으로 산업전략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대외무역발전협회의 강병곤이사장도 선진자본 기술과의 합작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만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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