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홀딩스 주총 6월25일…'형제의 난' 표대결 3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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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61) 롯데 회장과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중앙포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직결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가 오는 25일 오전 9시에 열린다. 장소는 일본 도쿄 신주쿠 본사 빌딩이다.

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번 정기주총에는 회사의 일반적 결의사항과 보고사항을 심의 의결한 뒤, 지난 3월 임시 주총에서 광윤사가 제안한 안건에 대해 의결할 예정이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대주주로, 신동빈(61) 롯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형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다.

광윤사는 이번 주총에서 지난 3월 임시 주총에서 제안한 ‘신동빈 회장의 해임건’ 등의 안건을 다시 의결에 붙일 예정이다. 해임 대상에는 신 회장 외에도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 등 일본 롯데홀딩스 현 이사진도 포함된다. 이와 동시에 신동주 전 부회장 본인을 포함한 신규 이사 및 감사의 선임도 재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의 관심은 종원지주회의 표심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이 롯데그룹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10일 긴급 종업원지주회 소집을 요청했다.

그는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일본어 사이트에 보도자료를 올리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 쇄신을 실현하기 위해 주주제안서를 제출하겠다"며 "하지만 앞서 창업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을 감안해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에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일 롯데의 지주사격인 롯데홀딩스 지분은 의결권 기준으로 광윤사 31.5%, 종업원지주회 31.1%, 미도리상사·패미리·그린서비스 3곳 15.6%, 임원지주회 6.7%, 오너일가와 재단 15.2% 등이다.

광윤사 지분 50%+1주를 신 전 부회장이 차지한 가운데 신동주-신동빈 둘 중 누가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받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는 모두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승기를 굳혔다는 해석이 나왔고, 롯데그룹은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검찰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혐의로 신 회장을 정조준하면서 상황에 변수가 생겼다. 신 회장의 경영자로서의 ‘도덕성’에 의혹이 생긴 만큼 일본 종업원지주회의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도 이 점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3차 표대결 역시 신동빈 측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일본 롯데그룹 전·현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의 일본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지난 2일 검찰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를 압수수색하자 신 전 부회장은 이 사이트에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 본 의혹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겠다"며 "사건 의혹의 내용과 전개에 따라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책임 추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에는 최근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입점 로비 의혹, 호텔롯데 상장 연기, 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파동과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등 한국 롯데그룹에 터진 악재들의 내용도 자세히 올라와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입장에서는 한국에서의 롯데 검찰 수사 사태가 '한국 경영진의 비리'를 어필하는 좋은 계기가 된 셈”이라며 “이를 근거로 일본 종업원지주회를 흔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16일 오후 일본에 도착해 현재 주총 상황을 살피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 회장은 주총이 끝나는대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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