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숨통트려는 고육책|서방 5개국 「달러화 약세처방」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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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0년대 들어 줄곧 강세를 보여온 미달러화가 지난 23일 외환시장에서 폭락했다.
서독 마르크, 영 파운드, 일 엔화등 주요통화에 대해 미달러화가 23일 하루동안 각각 5%이상 가치가 떨어졌다는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같은 달러임의 가치하락은 지난 2일 미국 뉴욕에서 미·영·서독 불 일본등 선진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회담을 갖고 이들5개국이 달러화의 약세를 유도키위해 공동노력한다는 내용을 발표한데 직접적으로 기인했다.
미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려야겠다는데 선진5개국이 공동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미국경제의 회복없이는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엄청난 무역적자와 갈수록 누적되는 연방재정적자의 부담은 미국으로서도 더이상 감내할수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미국은 수입규제와 보호무역이라는 자구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경제에서 자유무역의 수호자노릇을 해온 미국이 보호무역의 울타리를 들러칠 정우 세계교역량은 줄어들것이자명한 사실이고 세계경제는 또다시 혼미상태에 빠질것이우려되기 때문에 「달러화의 약세」라는 처방을 통해미국의 수출증대와 경기회복을 해야한다는 점에 선진국이 공동인식을 갖게된 것이다.
미달러화는 지난 80년6월 이후 가속 강세를 보여 84년말까지 무려 42%가 평가절상됐다.
이같은 평가절상은 경상수지흑자라는 「정상적경로」를 통해 이뤄진것이 아니라 미국의 재정적자확대로 인한 자원수요의 팽창, 이에 따른 미국의 고금리 등의 요인 등에 따른 달러화의 수요증대에 의해 이뤄졌다는데 문제가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적자의 가장큰 요인은 달러화의 강세때문.
즉 지난 80∼84년의 무역수지적자중 미국의 수입수요증가로 인한것이 25%, 개도국의 수입감소로 인한 것이 25%인 반면 달러화강세로 인한 적자확대가 50%에 이른다고 추산되고있다.
결국 국제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현재 미달러화는 구매력 등을 기주한 실제가치에 비해 30∼40% 고평가 되었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이 수출경쟁력을 회복키위해서는 20∼30%의 평가절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이사회의 한 분석에 따르면 미달러의 가치가 1% 하락할 경우 정상수지적자는 6개월후 20억∼30억달러 즐어들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20%가 떨어진다면 4백억∼6백억달러의 경상수지개선이 가능한 것이다.
선진5개국은 달러화의 가치하락에 공동노력한다는데는 합의했지만 그밖에 각국의 노력에 대해서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즉 미국은 재정적자의 감축에 노력하고 영 서독은 각각 감세조치를 통해 내수경기를 부추기며 일본도 재정적자축소와 민간소비 투자증대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미달러화의 평가절하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미달러화의 가치하락은 결국 원화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게된다.
한마디로 대미달러환율이 내린다는 얘기다.
물론 대미달러환율이 미달러뿐 아니라 파운드·마르크·프랑·엔등 주요국통화에 연계돼 결정되기 때문에 달러화의하락과 기타 통화의 상승이 어느 정도 상쇄효과를 갖게 되지만 우리의 경우 달러환율 바스킷 시스팀으로 달러의 가중치가 워낙 높기 때문에 달러화 시세변동으로 우리의 환율도 많이 영향을 받게된다.
그동안 수출회복을 위해 애써 끌어 올려놓은 환율은 다시 떨어지고 대미수출경쟁력은 다시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는데 정부에서 어떻게 대용하느냐에 좌우된다.
미국을 제외한 기다 주요국에 대한 수출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되겠고 그 개선폭은 미지수지만 전체적으로 무역수지에 플러스효과를 미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미달러화의 가치하락이 부정적인 면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미국의 수출경쟁력회복은 미국내에서 거세게 일고있는 보호무역바람을 완화시킬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미국경제의 회복은 수입수요의 증대를 가져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있다.
또하나는 외채에 대한 이자부담이 다소 끌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또 해외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이 대미달러환율을 2백10엔(9.23현재 2백26.7엔) 까지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하고있어 일본상품의 대의경쟁력이 그만큼 약화될 소지가 있는 것도 우리에겐 플러스요인이다.
미달러화의 가치하릭과 재정적자의 축소가 이뤄지면 미달러의 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미달러화에 대한 국제금리가 떨어질 소지가 크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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