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73% 가 중·상류층〃-고향방문단 교환을 계기로본 5백14만여명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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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분단 40년-.
실향민들이 고향을 찾아간다 6·25 참화속, 부산의국제시장·서울해방촌에서 망향의 슬픔보다 당장의 호구지책에 허덕이던 실향민들. 지금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살고 있는가.
고향방문단의 출발을 하루 앞두고 5백만 실향민들의실태를 추적해본다.

<분포>
이북5도청이 집계한 실향민 수는5백14만4천명. 황해도가 1백36만5천명으로 가장 많고 함남이 1백20만6천명, 평남 1백13만3천명, 평북 84만3천명, 함북59만7천명의 순으로 돼 있다.
그러나 경기도와 강원도의 미수복지구의 실향민들까지 계산한다면 전체 실향민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향이 가까워서일까. 그들은 대부분 남한의 북쪽에 몰려살고 있다.
서울(1백31만4천명), 경기(63만7천명), 강원(54만5천5백명) 지역에 전체 실향민의 49%가 몰려살고 있다. 특히 속초주민의 70%이상이 실향민이다.
1·4후퇴때 남으로 밀려가 정착한 탓으로 부산에도 60만4백명이 살고 있으며 부산주변인 경남 45만4백명, 경북 43만8천명, 전남 42만4천4백명, 충남 31만8천2백명, 전북 23만1천8백명, 충북 16만6천6백명, 제주1만6천7백명이 몰려살고 있다.
실향민들은 대부분 도시에삶의 뿌리를 내렸다.
최근 이대 조형교수 (사회학)의 조사에 따르면 실향민들의 현재 경제적 위치는 전체의 73·7%가 상류 및 중류층과 그 중간계층에 있다.
조교수가 제1∼5공화국까지의 3부요인 2천2백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이북5도 출신이 1공화국7%, 2공화국 9%, 3공화국 6%, 4공화국 10%, 5공화국 8%로 나타나 인구에 비해 정치엘리트들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문화계에서 『오발탄』(이범선) ,『망향』(선우휘)등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민족의 아픔으로 승화시키는데 앞장선 많은 문인들도 많다.

<단체>
실향민들만큼 고향사람끼리의 연대의식이 강한 경우도 드물다.
이같은 연대의식은 도민회·군민회·면민회등 거의 공식적인 것을 빼고도 무수히 많고, 특히 최근 고향방문단 교환방문을 앞두고 각종 모임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이북5도청에 따르면 현재 공식 등록된 각종 모임은 1천1백49개에 이른다.

<행사>
매년 도민회 시·군민회, 읍·면민회등의 정기적인 행사를 갖고 있으며 기타 동창·친목계등이 매월 또는 분기등 부정기적으로 모여 망향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정기적인 모임가운데 가장 큰 행사는 매년9월 효창운동장에서 열리는 이북5도 체육대회.
올해로 3회를 맞는 이 행사에는 실향민 1, 2세 3만∼5만명이 한자리에 모여 육상·축구·씨름등 각종 경기률 통해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곤 한다.
또 매년 추석날 임진각에서 베풀어지는 재이북부조합 동경모대회에도 많은 실향민들이 모이고 있으며 거주지별로도 따로 모임을 만들어 합동 망향제등을 올리고 있다.

<회보발간>
실향민들의모임을 주선하고 서로의 소재를 알려주는등의 매체역할을 하는것이 도별로 도민회가 발간하는 월간민보..

<2세·3세>
강한 연대의식을 갖고있는 실향민들은 2세·3세들에게 『결코 고향을 잊지말것』을 원한다. 자기대에 못간다면 다음대라도 꼭 고향을 찾아가보라는 간절한 소망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실향민들은 배우자가 북한출신인 경우가 73·9%나 된다. 그리고 실향민의 64%가 각종 실향민모임에 2세나 3세들을 데리고 참석하고 있다.

<장학사업>
자발적으로 기금을 낸 각종장학금이 66억원에 이르고 있고 매년 2천83명의 2세·3세들에게 6억3백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실향민동산>
최근 「실향민동산」이 늘고 있는 것은 2세·3세들에게 「고향에의 꿈」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실향민들은 말한다.
60년대부터 이북5도의 군·면·리단의로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 이 실향민동산은 현재전국에 70여곳.
이들 「동산」은 하나같이 고향에 가까운 한수이북 경기도 포천·연천·양주·강화등지에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도 가장 규모가 큰곳은 경기도연천군청산면장탄리의「정주동산」.

<저명인사>
실향민중 저명인사로는 정계의노신영 국무총리 (평남강서) 와 신병현부총리 (황해송화) 를 비릇, 정일권 (함북경원)·백두진 (황해신천)·유창순 (평남안주)씨등 총리급만 해도 4명이나 되며 황산덕 전문교장관 (평남양덕)등 전직장관, 봉두완의원 (황해수안)등 전·현직 국회의원도 많다.
재계에는 정주영 현대그룹회장 (강원통천), 서성환 태평양화학회장 (황해평산), 이필석국제화재해상보험회장 (평남강서), 전중윤 삼양식품회장 (강원), 박승복 샘표식품사장 (함남함주), 최태섭 한국유리회장, 정인욱 강원산업 회장, 박용학 대농회장등이 활약하고 있고 체육계인사로는 김종하체육의장 (평북선천), 최순영축구협회장 (황해사봉), 김동엽청룡감독 (황해사리원), 김응룡해태감독 (평남)등이 있다.
교육계 인사로는 현승종전성대총장 (평남개천), 박중윤 서울산업대학장 (황해장연), 백민관가톨릭신학대학장 (황해장연, 이한빈전숭전대총장(함남함주) ,김창집전홍익대총장 (함남함주) ,김옥길전이대총장 (평남맹산).
종교계인사로는 지학순주교 (평양), 한경직목사 (평북정주), 강신명목사 (평북령변), 강원룡목사 (함남리원)등이있다.
이 밖에 문화계인사로 소설가인 정비석 (평북철산)·정한숙 (평북령변)씨, 시인 모윤숙(함남 원산)·홍윤숙 (평북 정주)씨, 가수 김정구씨 (함남 원산), 코미디언 김희갑씨 (함남 장진) 등이 있다. <오홍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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