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사패산 강도살인사건, 성폭행 시도하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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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 사패산 사건이 여성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강도살인사건이 아닌 애초 성폭행을 목적한 범행으로 드러났다.

죄가 무거워질까 "성폭행 하지 않았다"고 허위진술

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된 정모(45·일용직 근로자)씨로부터 “성폭행을 시도하다 (피해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정씨는 또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한 것은 죄가 무거워질까 두려워 그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박원식 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건 현장에 대한 정밀분석 및 재연 실험을 통해 정씨 진술의 모순점을 찾아내고,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조사를 한 끝에 정씨로부터 성폭행을 시도하다 살해하고, 금품을 강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의정부 전담수사팀은 지난 13일 오후 실시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는 정씨의 진술이 거짓인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정씨는 평소 휴대전화를 이용해 성인용 동영상을 즐겨 봤다. 범행 전에도 봤다. 정씨는 의정부 지역 만화방에서 생활하다 범행 당일 수중에 돈이 1만4000원 밖에 남지 않자 막막한 마음에 산에 올랐다. 이어 준비해간 소주를 마신 뒤 주변을 배회하다 외딴 곳에 혼자 앉아 있는 피해자를 보고, 욕정을 참지 못해 성폭행을 할 의도로 뒤쪽으로 몰래 다가갔다. 이내 왼팔로 목을 감아 졸랐고,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주먹으로 머리를 때려 제압한 뒤 상의를 걷어올리고 바지를 내려 성폭행하려 했다.

정씨는 그러나 피해자가 숨진 것을 알아차리고 피해자의 가방 안에 있던 현금 1만5000원·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가지고 달아났다. 이어 현금 1만5000원 챙긴 뒤 범행 장소에서 200m 아래 등산로 미끄럼방지용 멍석 아래 지갑을 숨기고 달아났다.

정씨는 13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 경찰 수사에서 ”성폭행이 시도는 없었다“고 거짓 진술로 경찰 수사에 혼선을 야기했다. 그동안 정씨는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가진 돈이 1만4000원 밖에 없어 막막한 마음에 소주를 사들고 산에 올랐다가 혼자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금품을 빼앗기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 피해자가 숨진 지는 미처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피해자의 바지가 엉덩이까지 벗겨져 있던 점 등을 토대로 성폭행 시도 여부를 추궁했지만, 정씨는 “옷을 벗기고 간 건 쫓아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거짓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서도 정씨의 사인은 두부(머리) 손상 후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고, 성폭행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정씨에 대해 강도살인 외에 강도강간 미수 혐의도 추가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15일쯤 현장 검증을 통해 범행 경위와 진술의 신빙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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