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이탈리아 휴가, 프랑스 급식… “바보야 이것도 환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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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영화제] ① 다시 곱씹는 서울 환경영화제 명작

'환경영화'는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적어도 적어도 지난 5월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를 보았다면 그런 선입견은 멀리 사라질 것이다.

서울환경영화제는 2004년 막을 올려 올해로 13주년을 맞았다. 이번 영화제에선 40여개 국가의 영화 85편이 씨네큐브, 서울역사박물관, 스폰지 하우스,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됐다. 그린 토크, 사진전, 시네마그린틴 등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행사도 진행됐다.

이번 영화제에선 ‘지속 가능한 삶’ , ‘공존의 삶’, ‘문명의 저편’ 섹션을 추가했다. 기후변화에서 먹거리, 라이프스타일, 제 3세계 문제까지 다뤘다. 환경 이슈가 단순히 자연환경만이 아닌 정치·경제·문화 등 우리의 삶 전반으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를 취재한 TONG청소년기자단 잠실지부와 왕십리 지부가 재미와 곱씹을 거리를 함께 선사한 영화를 골라봤다.

바보야, 이것도 환경이야: 마이클 무어 '다음 침공은 어디?'

개막작으로 선정된 마이클 무어 감독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6년만에 내놓은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이 작품에서 무어 감독은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신이 1인 군대가 되어 유럽 여러 나라에 침공해 좋은 제도를 훔쳐오겠다고 선언한다. 그가 제시한 침공에는 3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총을 쏘지 말 것. 둘째, 석유를 약탈하지 말 것. 셋째, 미국인에게 유용한 것을 가져올 것.

영화에서는 이탈리아의 휴가제도, 프랑스의 학교 급식제도, 핀란드의 교육제도, 노르웨이의 감옥제도 등을 다룬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독특한 발상과 유머로 가득 찬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극장에 웃음이 가득 차게 만드는 마법 같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환경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맞다. 이 영화는 흔한 지구온난화 문제조차도 언급하지 않는다. 온갖 복지와 관련된 것 뿐이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는지 백 번 이해할 수 있었다. 올해 변화한 서울환경영화제 취지에 걸맞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자연에 한정된 환경영화가 아닌,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주목한 영화이니 말이다.

동물들의 지옥, 모피 농장을 고발하다: 올라 와근 '인사이드 퍼'

올라 와근 감독의

올라 와근 감독의 '인사이드 퍼(Inside Fur)'

올라 와근 감독의 영화 ‘인사이드 퍼’를 처음 봤을때 ‘모피 속으로’라는 제목만 보고 모피에 대한 설명만 끝없이 나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이는 큰 착각이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에서 심리학자인 프랭크 나르비크는 북유럽 모피 공장의 실태를 밝히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모피업계 종사자로 농장에 잠입한다. 그곳에서 프랭크는 농장주들의 동물 학대와 밀집사육과 같은 문제점들을 카메라로 몰래 찍는다. 잔인한 부분들이나 살점이 파인 동물들의 모습을 필터 없이 그대로 보여줘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인간들의 이기심이 얼마나 동물들을 잔인하게 괴롭히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영화에서는 ‘카니발리즘’(같은 종족을 먹는 행위)이라는 현상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단지 인간에게 털을 제공할 용도로만 존재하는, 좁은 공간에 갇혀 카니발리즘을 겪는 동물들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동물들로선 공포와 스트레스가 가득한 삶의 마침표를 찍기 위한 몸부림, 일종의 안락사는 아닐까. 하루빨리 이런 농장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 광산에 빼앗긴 자연: 에르네스토 카벨로스 '호수의 딸'

에르네스토 카벨로스 감독의

에르네스토 카벨로스 감독의 '호수의 딸(Daughter of the lake)'

“어머니, 물이시여.”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대사이다. 영화 속 페루와 볼리비아는 호수와 땅 그리고 사람이 함께 얽혀 살아가는 곳이다. 그런데 마을 아래 금맥이 발견되자 이를 차지하려는 광산회사와 그들을 지원하는 페루 정부는 불법과 무력으로 주민들을 몰아내고 개발을 시작하려 한다.

개발로 자연과 삶의 터전이 황폐화된 볼리비아 마을의 모습과, 생계를 위해 탄광에 들어가야만 하는 여성노동자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영화는 막막하고도 차가운 현재를 보여준다. 하지만 곧 이 보석을 예술로 마주하는 유럽의 디자이너로 화면이 전환되면 관객은 또 다른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호수를 위해 모인 ‘호수의 딸’들의 투쟁은 8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신선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어쩌면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환경 영화의 주제로서 진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수와 함께 살아가는 페루사람들의 삶과, 호수를 바라보던 그들의 눈동자는 내 주변의 환경을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살아온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로드킬로 완성한 동물 백과사전: 조현아·김수정 '동물도감'

조현아·김수정 감독의

조현아·김수정 감독의 '동물도감'

'동물도감'은 한적한 밤 졸음운전을 하며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로 시작한다. 운전자는 계속해서 졸음운전을 하다가 결국 길을 건너가고 있던 노루를 죽게 만든다. 나아가 돌고래, 북극곰, 나중에는 우리 인간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인 침팬지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운전자는 노루를 처음 치었을 때 죄책감을 느끼고 두려워하지만 그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반복될수록 포악해지며 자신이 저지른 사고에 대해 무뎌진다. 도로에서 죽은 동물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동물도감이 되고 이는 운전자 딸의 손에 쥐어진다. 자동차가 또 다른 도감을 만들기 위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가족 나들이에서 딸이 차에 치였다면: 문세은 '소풍'

문세은 감독의

문세은 감독의 '소풍'

'소풍'도 동물도감과 같은 ‘로드킬’을 주제로 제작되었다. 소풍은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한 블럭이 장난감 자동차에 의해 무너지며 시작한다. 이어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 소풍을 준비하는 노루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노루 가족은 김밥과 과일, 맛있는 음식을 도시락에 담아 소풍을 간다. 그러나 딸이 도로 위의 공을 주우려다 그만 차에 치이고 만다. 깜짝 놀라 차에서 내린 사람은 치여 죽은 것이 노루였다는 걸 확인한 뒤 별 거 아니란 듯이 노루를 밟고 다시 도로를 달린다.

조현아·김수정 감독의 ‘동물도감’과 문세은 감독의 ‘소풍’은 공통적으로 ‘로드킬’을 소재로 삼았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두 작품은 표현하는 방식이나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만들었는지 영화 상영 후 관객과 영화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인 GT(Guest Talk)를 통해 알아보았다.

[이어지는 기사]
[서울 환경영화제] 로드킬을 담은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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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수민(영동일고 1)·허예인(정신여고 1)·김혜나(정의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잠실지부·왕십리지부
사진=각 영화 공식 홈페이지·서울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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