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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률 72% 안되면 도루, 뛰어봤자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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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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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성공률이 75%는 돼야 팀에 보탬이 된다. 성공률이 이보다 낮으면 뛰지 않는 것이 이득이다.”

투수 견제, 포수 송구능력 좋아져
도루 성공 1위 KIA도 70% 안 돼
10개 팀 전부 올해 밑지는 장사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48) 감독의 말이다. 염 감독은 올 시즌 ‘뛰는 야구’를 선언했다. 박병호(30·미네소타)·유한준(35·kt) 등 중심 타자들이 팀을 떠나면서 장타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더구나 홈 구장을 서울 목동에서 규모가 큰 고척스카이돔으로 옮겨 변화가 필요했다.

염 감독은 “도루를 무조건 많이 시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팀에 도움이 되는 도루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루코치 출신인 그는 경험을 통해 도루의 손익분기점을 성공률 75%로 설정했다. 올 시즌 넥센은 LG와 함께 가장 많은 83차례 도루를 시도했지만 성공률은 65.1%로 10개 구단 가운데 6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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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에서 손익분기점은 매출액과 비용이 일치하는 지점이다. 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매출액이 비용을 넘어서면 기업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반대라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야구에서도 손익분기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득점을 올리기 위해 시도한 도루의 성공 확률(매출)보다 실패 확률(비용)이 더 높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편이 낫다.

야구 통계인 세이버메트릭스에서는 도루의 손익분기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한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선구자인 빌 제임스는 “도루 성공률이 70% 이하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야구 기록을 분석한 『더 북(The Book)』에서는 성공률 72.7%를 도루의 손익분기점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메이저리그 기록을 토대로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도루를 성공하면 평균 0.175점을 더 얻을 수 있지만, 실패로 돌아가면 0.467점이 깎인다고 봤다. 따라서 손익분기점(실패시 기대득점/(성공+실패시 기대득점)X100%)은 72.7%라는 설명이다.

한국통계학회가 발간하는 『응용통계연구』에 올해 실린 ‘한국 프로야구 경기에서 기대득점과 기대승리확률의 계산’ 논문에서는 무사 주자 1루시 도루에 성공하면 0.216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0.775점을 잃는다고 분석했다. 이 때 도루의 손익분기점은 78.2%가 된다. 1사 주자 1루에서는 76.1%, 2사에서는 68%로 떨어진다. 분석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도루의 손익분기점은 성공률 70% 전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의 평균 도루 성공률은 64.8%다. 63번 시도에 44차례 성공을 거둬 도루 효율이 가장 좋은 KIA도 성공률이 69.8%에 불과하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KBO리그의 도루 성공률은 69% 수준을 유지했다. 올 시즌 팀별 평균 출루율은 0.361로 2014년(0.36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지만 경기당 도루 시도는 평균 1.14회에 불과하다. 2013년에는 경기당 평균 1.45회 도루를 시도했다. 1.2회였던 지난해보다 올해는 더 줄었다.

포수 출신 조범현(56) kt 감독은 “올 시즌 포수들의 동작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투수들의 견제 동작이 좋아진 것도 도루 시도가 줄어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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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도 도루는 줄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는 도루 2505개가 나왔다. 1974년(2488개)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미국의 ESPN은 “세이버메트릭스의 발달은 도루가 득점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통계가 도루를 밀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팀 도루 204개를 기록해 ‘육상부’라는 별명을 얻었던 NC도 달라졌다. NC는 올해 56경기에서 50차례 도루 시도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9번 도루를 시도한 것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도루 성공률도 지난해 77.3%에서 64%로 떨어졌다.

김경문(58) NC 감독은 “박석민의 가세로 중심타선이 강해지면서 장타로 점수를 올리는 야구가 가능해졌다. 안타와 홈런으로 점수를 낼 수 있을 때는 도루를 자제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6경기에서 328점을 얻었던 NC는 올해 같은 기간 357점을 올렸다. 김 감독은 “타선이 슬럼프에 빠지면 도루 시도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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