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중앙일보 <2016년 6월 4일자 26면>
이런 한가한 재탕 정책으론 미세먼지 못 잡는다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정부는 3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특단의 대책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수준이다.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10기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 말고는 ‘제2차 수도권 대기개선대책(2015~2024)’ 등에 나왔던 기존 정책을 보완·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그나마 ‘전력 수급에 영향 미치지 않는 범위’라는 조건까지 달아 아쉬움이 크다.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기존 조기 폐차 정책을 확대하고, 저공해차 지정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강화한 것이 그나마 제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예산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한·중 협력 강화와 미세먼지 예·경보제 강화,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 저감 대책 선진화 등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극히 중요한 사항이다. 그럼에도 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전망 및 대응 방안’의 내용을 재탕했을 뿐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한 새롭고 급박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기본계획(2015~2024)’의 목표인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미세먼지 농도 20㎍/㎥)를 원래 계획이던 2024년에서 3년 앞당겨 2021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한마디로 ‘특단의 대책’이나 ‘대책 강화’는 쏙 빠지고 기존의 목표만 조금 앞당기는 데 그쳤을 뿐이다. 오염원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과 원인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실효성이 의심 가는 대책을 나열하기만 한 것은 의사 진단도 없이 처방을 급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연 이런 대책으로 얼마만큼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사회적 비용과 고통의 분담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과감한 정책을 못 내놨고, 국민을 설득하거나 갈등을 조정할 장치도 제시하지 못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대기환경을 개선할 중장기 대책과 목표, 그리고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번 대책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여러 부처의 이해가 걸려 있는 정책을 조정하고 통합할 전문적인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고통이 심각한데도 대통령과 총리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일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관련 기술의 개발은 거대 환경산업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을 동원한 대책 수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겨례 <2016년 6월 4일자 23면>
특별한 것 없는 미세먼지 특별대책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지목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20여 일 만인 3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특별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런데 ‘국민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한다’는 수식어만 화려할 뿐, 내용은 전혀 특별한 게 없다. 정부 부처 간 이해를 조율하지 못하고, 시간 벌기용 대책으로 때우는 이 정부의 특기를 또 한 번 보여준 듯하다.

정부는 지난해 연평균 ㎥당 23㎍(서울 PM2.5 기준) 수준이던 미세먼지 농도를 2021년 20㎍, 2026년 프랑스 파리 수준인 18㎍으로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기본계획 목표를 3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를 달성할 구체적인 정책수단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이미 발표했거나 앞으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게 아주 많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처럼 정부가 수치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도 들어 있다.

대표적인 오염원 가운데 하나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시늉만 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처리하고, 기존 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게 성능을 개선하겠다는 게 뼈대다. 이미 착공했거나 곧 착공할 발전소 9기에 대해서는 영흥화력발전소 수준의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추진해야 할 내용이다. 이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넓은 지역의 대기를 오염하는 석탄화력발전 증설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급증하고 있는 경유차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도 미흡하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을 확대하고, 경유버스를 친환경버스로 단계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교체비용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정책효과는 더딜 것이다. 휘발유에 견줘 경유가 싼 가격 구조는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데 머물렀다. 환경부가 근본 대책으로 내놓은 안이 사실상 백지화됨에 따라, 이번 대책으로는 소비자들의 경유차 선호가 바뀔 것 같지 않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돌아보면, 부처 간 극심한 이기주의와 정책을 종합 조율하는 사령탑의 부재가 두드러진다. 또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투입이나 증세를 회피하니 대책에 알맹이가 있을 리 없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진정성이나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논리 vs 논리
종합 사령탑의 부재 vs 장기적 대책 필요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기사 이미지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정부는 지난 6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시키거나 경유 노선버스 연료를 압축천연가스(CNG)로 바꾸고,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을 제한하며, 가동한 지 30년이 넘은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지하거나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확정했다. 정부의 목표는 서울 등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내에 프랑스 파리(18㎍/㎥)나 일본 도쿄(16㎍/㎥), 영국 런던(15㎍/㎥)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줄일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야당과 환경단체는 이번 대책이 대체로 재탕이 많고, 실효성이 부족한 땜질식 처방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정부가 폐기하겠다는) 노후발전소 10기의 발전설비용량이 3345㎿(메가와트)인 데 비해 건설 중인 11기, 계획 중인 9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용량은 노후발전소의 6배가량인 1만8100㎿에 달해 미세먼지 배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고 논평했다. 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노후 경유차 수도권 운행 제한은 의미 있는 내용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지자체들과의 협의나 운행 제한 구역 설정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은 한계”라고 평가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이란 이름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이번 대책이 소리만 요란했지 실속이 없었다고 중앙은 박한 점수를 준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한·중 협력 강화와 미세먼지 예·경보제 강화,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 저감 대책 선진화’ 등은 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전망 및 대응 방안’ 내용의 재탕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를 2019년까지 매년 최대 5만9000대씩 총 21만2000대를 폐차시키기로 한 정부의 결정과 관련해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기존 조기 폐차 정책을 확대하고, 저공해차 지정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강화한 것이 그나마 제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노후 경유차 대책에 대해 중앙은 일단 긍정적인 점수를 준다. 그러나 그마저도 예산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겨레 역시 이번 정부의 대책을 "수식어만 화려할 뿐, 내용은 전혀 특별한 게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간 미세먼지의 발생 주범인 경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두고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등이 이견을 보인 바 있다. 경유 가격을 올려 경유의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주장을 기획재정부는 ‘세금 인상’으로 해석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활동 위축’으로 해석해 충돌을 빚어 왔다.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억제를 주장하면 기획재정부는 전기료 인상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거부의 뜻을 밝혔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런 부처 간 이해 다툼을 고려한다면 "정부 부처 간 이해를 조율하지 못하고, 시간 벌기용 대책으로 때우는 이 정부의 특기를 또 한 번 보여준 듯하다”는 한겨레 사설 대목은 이해 조율의 주체로서의 정부의 소극성을 지적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정부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과감한 정책을 못 내놨고, 국민을 설득하거나 갈등을 조정할 장치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중앙 사설은 정부 부처 간 이해 조율의 주체로서 정부가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지적이다. 중앙은 이번 대책의 치명적 결함으로 대기환경을 개선할 중장기 대책과 목표와 로드맵의 부재를 들고, 여기에 정책을 조정하고 통합할 전문적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추가한다. 이는 곧 통치력의 부재를 지적하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고통이 심각한데도 대통령과 총리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 가능한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경기 침체의 장기화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가 유일한 대안이자 미래의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세먼지를 줄일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관련 기술의 개발은 거대 환경산업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을 동원한 대책 수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중앙의 사설은 창조경제를 말해 왔던 박근혜 정부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겨레 역시 중앙처럼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중장기 대책의 부재를 말한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처리하고, 기존 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은 특별대책이 될 수 없고 당연히 추진해야 할 내용이라고 한겨레는 토를 달면서 "장기간에 걸쳐 넓은 지역의 대기를 오염하는 석탄화력발전 증설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석탄화력발전 증설 계획의 재검토는 곧 석탄화력발전의 폐지를 의미할 수도 있다. 석탄화력발전이라는 에너지 생산 시스템 없이는 현재의 화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 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겨레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만 석탄화력발전이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이라면 이를 폐지하거나 대체할 시스템이나 철학에 대해 고찰해야 할 시점에서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기사 이미지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중앙은 정부의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나서서 “비전·전략·과학이 담긴 더욱 촘촘한 처방을 내놔야”한다고 주문한다. 한겨레는 미세먼지 대책 해결을 위해 예산 투입과 증세를 회피하지 않는 알맹이 있는 대책을 정부에 요구한다. 미세먼지 문제는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건강이 달린 중차대한 사안임을 감안할 때, 이는 차기 정부에 떠넘길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총리가 팔을 걷어붙이고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