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선 공법' 한전 외주업체 근로자 또 감전사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전력이 근로자들의 잇단 사망 원인으로 지적된 '활선 공법'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또 다시 근로자가 감전 사고를 당했다.

13일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0시50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한 전봇대에서 한전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 이모(36)씨가 2만2900V 고압선에 감전됐다.

오른쪽 팔과 가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이씨는 광주 지역 대학병원을 거쳐 서울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의식은 있지만 피부 이식이 필요한 상태다.

이씨는 망토 형태의 보호 장비를 걸치고 절연 장갑을 낀 상태에서 노후 전선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던 중 전선이 망토의 틈으로 신체에 닿으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건설노조 측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작업 환경이다. 이씨는 한전 측이 25년간 시행 중인 활선 공법에 따라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는 게 건설노조의 주장이다. 건설노조 측은 "한전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전기를 차단하지 않고 작업하는 활선 공법을 고수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지난 10일 활선 공법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09년부터 활선 공법으로 작업 중 사망한 근로자가 13명이나 되고 140명이 다치는 등 사고가 잇따른 데 따른 방침이다.

한전은 향후 5년간 2000억원을 투입해 안전 기술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접 활선공법을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언제부터 적용할 것인지, 외주업체에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 등은 빠졌다.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송성주(46) 사무국장은 "한전의 발표 내용에는 구체성이 결여돼 있어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정말 활선 공법을 폐지할 생각이라면 대안책으로 제시한 공법에 필요한 장비 구입비 등을 어떻게 각 업체에 지원할 것인지 등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