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용역 불공정하면 불복” 대구 “정부, 객관적 평가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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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남권이 ‘신공항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민심의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이달 24일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입지선정 연구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산과 대구가 또 다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던 5년 전 상황이 되풀이될 조짐이다. 선정 결과에 따라 심각한 지역 갈등의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 “정치적 결론 우려”
“가득 줘” 를 사투리로 “가덕 도” 건배

“신공항” “가덕도로!” 요즘 부산시청 주변 음식점·술집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건배 구호다. 주로 공무원·상공인 등의 회식 자리에서다. 술잔을 내밀며 술을 달라고 할 때도 ‘가덕도’라고 외친다. ‘가득 줘’라는 의미다.

부산에선 중앙정부의 불공정 용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의 당정회의에서 “용역 결과가 불공정하게 왜곡돼 나오면 승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서 시장은 국토교통부 정책수립 라인에 포진된 대구·경북(TK) 인사들을 거론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치적·정무적으로 용역이 결론 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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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본점 인근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을 담은 플래카드(오른쪽)가 걸려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부산 쪽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대구도 맞대응에 나섰다. 부산의 유치전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는 8일 대구 도심 교차로와 고속도로 IC 주변에 플래카드 200여 개를 내걸었다. 이수산(53) 추진위 사무총장은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거론하면서 “부산이 합의를 깨고 유치전을 벌이는 만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최재훈 의원은 “부산의 유치전은 영남권의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공항은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믿고 인내하면서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신공항은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검토가 시작됐다. 이듬해 9월 영남권 5개 지역 시·도지사가 공동건의문을 채택할 때까지만 해도 영남권은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2010년 신공항 건설을 위한 입지선정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밀양을 미는 대구와 가덕도를 내세운 부산이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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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어느 쪽 돼도 후유증, 철저히 경제논리로 풀어야”



TK와 부산·경남(PK)의 갈등은 심각했다. 결국 2011년 3월 신공항은 무산됐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신공항을 공약에 포함하면서 갈등이 재연됐다.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이 입지 선정을 정부에 일임하고 같은 해 2월 국토부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컨소시엄에 용역을 맡기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PK 내부에서도 부산과 경남의 입장이 갈리면서 지역 민심이 핵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북대 하혜수(행정학) 교수는 “ 정부가 의혹을 명확하게 밝혀야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고정장애물 등은 모두 검토 대상”이라며 “일부에서 논란이 있지만 용역이 끝나는 24일에서 30일 사이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부산=홍권삼·황선윤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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