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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큰장 선 사모펀드 시장…운용고수들 다 모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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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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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상

자산운용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공모펀드보다는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 펀드 신화를 이끈 구재상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지난달 케이클라비스운용을 설립해 사모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케이클라비스운용은 올 하반기 비상장주식과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메자닌 사모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서재형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를 영입했다. 서 전 대표는 대신자산운용에 헤지펀드를 도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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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주식혼합·혼합채권·채권 합산, 자료: 금융투자협회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는 것은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는 자산가들의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9인 이하 투자자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 7일까지 225조4645억원으로 올 들어 25조원 넘게 돈이 들어왔다.

25조 몰리며 공모펀드 압도
공모펀드 -8.2% 때 33% 수익
구재상·서재형 등 줄줄이 합류

사모펀드의 인기 요인은 공모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이다. 업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사모펀드 전체의 최근 5년 누적수익률은 33%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5년 국내 주식형 펀드 누적수익률은 -8.2%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보다 운용 규제를 받지 않아 시장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어 공모펀드보다 수익률이 좋다”며 “최근 몇 년간 비상장주식이나 전환사채 등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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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주식혼합·혼합채권·채권 합산, 자료: 금융투자협회

정부도 사모펀드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헤지펀드 운용업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이렇다 보니 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회사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일까지 23개 자문사가 운용사로 전환했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사모펀드는 매력적이다. 고객 기반과 수익원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고,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다르게 일정 기간이 지나야 환매가 가능해 운용사들은 운용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자산가들에게 잘 알려진 투자 고수들도 운용사를 세워 사모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빠르게 자산가들이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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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윤덕

‘은둔형 고수’로 불리는 장덕수 회장과 위윤덕 대표가 이끄는 DS자산운용은 지난 2월 수(秀)· 지(智)·현(賢)·복(福) 4개의 사모펀드를 내놨다. 4개 사모펀드에는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회사의 홈페이지도 없지만 이 펀드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마감됐다. 위윤덕 대표는 장 회장과 함께 산업은행 계열사인 구 산업증권(외환위기 때 폐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근무했다. 이후 장 회장이 지난 2008년 자문사 설립 때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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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환

황성환 대표가 이끄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지난달 말 내놓은 4개 사모펀드는 출시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목표 금액인 3000억원을 모두 채웠다. 황 대표는 군대 제대 후 서울대 주식투자동호회에서 지난 1999~2001년까지 코스닥에 투자해 400억원대의 돈을 벌었다. 이후 대우증권에 특채로 들어가 고유자산운용팀에서 2년 간 근무하고 2005년 자문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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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사모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주식을 사는 롱 전략을 구사하고 시장이 안 좋으면 팔아 수익실현이 가능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비상장주식이나 CB, BW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괜찮다. 지난 2월 2일에 출시한 ‘수와 지 펀드’는 지난 8일까지 12%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75%에 그쳤다.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2월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해 출시한 라임모히토 펀드의 수익률은 1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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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산가가 아니어도 헤지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펀드가 올해 안에 도입되기 때문이다. 재간접펀드는 전체 자산의 20%까지 동일한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최소 투자금액은 500만원이다. 운용사들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황성환 대표는 “개인투자자에게도 사모펀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수익률이 안정화되고 운용 인력을 확충한 뒤에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는 “사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돼 일반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혜택을 주려면 관건은 결국 수익률”이라며 “신규상장·지주회사 개편 등 기업구조 변화 상황들이 많아 질 것을 대비해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상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대부분 사모펀드는 변동성이 크고 구조와 전략이 복잡하기 때문에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일반 공모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높고 재간접 형태로 일반 투자자가 투자할 경우 이중으로 수수료를 내야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자닌 펀드=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주가 상승장에는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 이득을 취할 수 있고, 하락장에도 채권이기 때문에 원금보장이 되고 사채 행사가격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김성희·이승호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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