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진 앞두고 전열정비 한창|정기국회 준비작업 바쁜 여야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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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선 후 처음 맞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는 각기 눈에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준비작업에 바쁘다.
개헌문제 사면-복권 등 야당 측의 정치공세가 예상되고, 민정당도 「자기혁신」과 국정쇄신을 통한 정치력강화로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기국회를 맞는 민정당의 기본입장은 당자체의 정치력을 높이면서 야당의 공세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것.
물론 이세기 총무 등 당관계자들은 대화와 설득을 표방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두 김씨를 비롯한 야권의 목표가 뚜렷한 만큼 「끌려 다니는」일은 할 수 없다는 게 여당 기본판단이다. 때문에 대화는 하되 일정한 한계내의 대화가 되기 쉬울 전망이다.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한때 추갱안의 단독처리를 결정했던 것도 그런 방침의 일단이었다. 정순덕 사무총장은 「신속적응」「기선제압」을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다.
민정당은 6일 발표된 자기혁신운동실천방안이 보여주듯 야당의 정치공세·학생데모·노사분규 등에 대해서는 국가보위적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하고, 반면 서민대중을 위한 각종 민생대책을 마련하는 등 강온 양면을 적절히 구사, 가을 정국을 돌파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또 이번 당직개편으로 기본적인 전열을 가다듬은 민정당은△=11일 당정간 예산안 확정△13일 소정정책조정회의△16, 17일 의원세미나 등을 거쳐 태세를 최종 정비할 계획.
○…민정당 측은 정기국회 등 가을정국의 이슈는 야당의 개헌공세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 단계로서 개헌문제에 대한 민정당 측 입장은 요지부동이어서 개헌문제는 거론까지는 할 수 있어도 협상은 없다는 태도다.
개헌문제 외에 여야간에 긴장을 고조시킬 문제는 학원안정법.
일단 보류되기는 했어도 민정당 측은 이 법의 제정이 불가피해질 경우에 대비해 시·도별 공청회도 예정대로 추진, 대 국민홍보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 『2학기의 학원상황이 관건』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
경우에 따라서는 야당 측의 개헌공세에 대한 대항카드로 제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있다.
이 바람에 정기국회의 본 안건인 내년도 예산안은 뒷전에 밀려나거나 여야간의 정치대결의 흥정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사태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민정당 측에는 벌써부터 단독 처리나 가예산집행사태가 오면 어찌하나하고 지레 걱정하는 이도 있다.
민정당 측은 특히 개헌·학원안정법 등 주요이슈가 제기될 법사·문공위소속의원들을 일부 교체, 보강해서 여야대결에 대비할 생각이다.
○…신민당을 포함한 야권은 얼른 보아 오랜만에 한가함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이민우 신민당총재는 10개월만의 휴가에 나섰고, 의원들도 외유 또는 지역순방으로 거의 서울을 비웠으며, 민추협의 김영삼 공동의장도 7년만의 외유로 방미중인데 김동영 총무를 포함한 10여명의 의원들이 여기에 수행 중.
그러나 정기국회들 앞두고 내면적으로는 정중동인 것이 사실이다. 당력을 총집중한 개헌추진본부를 발족시킨 데 이어 정기국회까지는 당의 공식적 개헌시안을 마련할 방침이고 그밖에도 개혁입법의 개폐안과 소위민생차원의 입법안도 병행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신민당이 잡고있는 정기 국회의 최대목표는 개헌특위구성의 실현. 그 성사를 위한 전략 전술적 차원의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데 한 고위당직자는 이를 위해 개헌공청회의 개최나 재야세력과의 연대투쟁같은 자극적 방안은 상당기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언. 가급적 대여협상을 통한 특위발족에 목표를 두고있다.
대여협상이 가망이 없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는 또 한번 여야영수회담을 추진한다는 생각도 갖고있다.
개헌공청회나 재야연합무진은 그 다음의 카드가 될 전망이다.
신민당은 그러나 이 같은 투쟁과정의 전열을 흐트러뜨릴 두 가지 복병의 출현 가능성을 경계하고 대비책마련에 부심중.
첫째는 정부 여당이 개헌추진의 맞바람으로 다시 학원안정법입법을 들고 나올까봐 전전긍긍.
이총재 등 일부는 학원법은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전망하나 상당수 의원들은 신민당의 개헌투쟁이 본격화되면 그 진화용으로 다시 들고나올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
둘째는 당내일부에서 내각책임제를 주장하는 등 개헌내용에 대한 이견이다. 이 경우 투쟁전열에 구멍을 내 대여협상과 투쟁에 신민당의 입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판단인데 이철승씨는 방미중 공공연히 내각채임제를 주장했고 민한당출신의원 다수를 비롯해 당내의 적지 않은 의원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어 일진풍파를 예고.
○…당지도부는 또 「출진」에 앞서 내부정비의 부담도 안고있는데 우선 조직강화특위와 함께 어떤 형태로든 숙당이 취해져야하다는 강한 입장을 견지. 특히 동교동계가 항명과 당질서를 문란시킨 일부 의원을 대상으로 숙당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총재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어 이의 처리가 관심.
가을정국과 관련해 또 하나의 관심은 김영삼씨의 신민당입당여부. 김씨는 귀국해서 입당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입당하면 신민당의 대여투쟁에는 한층 활기를 불어넣겠지만 당내역학관계, 그리고 김대중씨와의 관계에서 묘한 기류를 형성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기 때문. <이수근·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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