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집·고양이침대 만든 삼성전자 출신 디자이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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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제품 디자이너 출신인 임동률(왼쪽)·안중근 ‘하울팟’ 공동 창업자. 작은 사진은 하울팟이 지난해 11월 개발한 애견 침대 ‘하울리’. 하울리는 올해 초 ‘2016레드닷어워드’를 수상했다. [사진 박수련 기자]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이에요. 그런데 개집·고양이집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더라고요.”

‘하울팟’ 창업 임동률·안중근씨
최고급 소재, 심플한 디자인 호평
SNS 입소문…미·유럽에 수출도

지난해 5월 삼성전자에서 멀쩡히 잘 나가던 제품 디자이너 2명이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반려동물 제품을 디자인하겠다는 이유였다. 하울팟(HOWLPOT.)의 공동창업자 임동률(30)·안중근(31) 실장이다.

임 실장은 “1인·노년가구가 늘면서 사람은 동물을 가족 같은 반려(伴侶·짝)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그 반려가족이 쓸 제품은 여전히 장난감 같은 애완(愛玩)용품 수준에 그쳐 있다”며 “동물을 배려하고 사람들의 일상 가구에 어울려도 자연스러운 제품을 만들고 싶어 창업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 창업선도대학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 5000만 원과 두 사람 퇴직금을 종자 돈으로 쏟아 부은 도전이었다.

이들은 사물인터넷(IoT) 같은 정보기술(IT) 기능을 반려동물 제품에 접목하는 유행보다 제품 디자인이라는 본질에 집중했다. 홍익대 미대 동문으로 3년 이상 전자제품 디자인을 담당했던 두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디자인이다. 안 실장은 “대기업 소속 디자이너로서 느꼈던 한계나 답답함을 아무도 뛰어들지 않았던 백지상태 같은 반려동물 제품 디자인을 통해 많이 해소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가장 까다롭다는 전자제품 디자인을 했던 경험이 반려동물에게 편하면서도 우리 브랜드만의 독특한 감성을 입힌 디자인을 구현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제품 시장이 성장세인 점도 나쁘지 않았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는 지난 2012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81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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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위한 침대 디자인을 완성한 후 이들은 직접 재봉틀을 돌려 시제품을 만들었다. 깐깐한 디자인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생산 공장을 어렵게 찾아낸 끝에 지난해 11월 첫 제품이 나왔다. 반려동물 박람회를 통해 선보인 침대 ‘하울리’와 가죽 디자인 목걸이다. 가격이 각각 32만8000원과 7만4000원으로 저렴하진 않지만 최고급 소재와 심플한 디자인·색감으로 반려동물족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현재 국내 주요 백화점과 반려동물 전문 숍에 제품을 납품 중이다. 올해 초엔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울팟은 최근 서울 한남동에 매장도 열었다. 매장 지하에 반려동물 관련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전용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임 실장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디자인 그룹으로 역할을 하겠단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하울리 제품 사진이 퍼지고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유럽·러시아 등 해외 각지에도 수출하고 있다. 안 실장은 “고가의 해외 브랜드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디자인과 가격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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