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대회 경기운영에 좋은 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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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더운 날씨에 고생많았읍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유니버시아드사상 유례없는 많은 취재진과 스포츠관계자들을 파견했는데 그만큼 성과를 거뒀는지 모르겠군요.
-선수단 이외에 「조사연구원」이란 명목으로 1백명이상 몰려 북적거렸어요. 이들중엔 스포츠관계자 이외에 과학기술원·KBS·올림픽조직위요원등도 상당수있었어요.
-대회조직위측은 한국에만 1백20장의 ID가드를 발급하면서 별군소리가 없어 우리측 관계자들이 오히려 어리둥절할 정도였지요.
-일본에서 7번째의 지방도시에서 이같은 세계규모대회를 무리없이 치른것은 한국인이 보기엔 경이로울 정도예요. 경제대국 일본의 저력을 실감했지요.
-일본은 이대회를 통해 그들의 경제력과 첨단기술을 세계무대에 과시하고 21세기를 향한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했다는 인상이었어요.
-한 예로 개발도상국가 43개국에 출전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최대규모의 대회」를 유도하는 적극성을 보였죠. 그러나 정작 1백6개 출전국중 태반은 10명미만의 미니선수단이거나 아예 임원만 참가해 관전·관광으로 참가의의를 찾는 나라도 많았어요.
-축구준결승에서 한국을 꺾은 우루과이선수단은 『지원금이 없었으면 출전하지도 못했을것』이라고 감격하기도했죠.
-자원봉사요원들의 활약도 돋보였죠.
-이번대회엔 8천2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했는데 업무수행이 철저하고 친절해서 각국 선수단의 호감을 샀어요.
-자원봉사요원은 절반이상이 주부·회사원·교사등으로 구성됐는데 2천여명이 각경기장등의 청소에만 매달렸다고 하더군요. 한국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그러나 일부 외국어 통역봉사자중엔 실력이 달려 불편함이 많은 경우도 눈에 띄었지요.
-경기장은 메인스타디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존시설을 이용했는데 무난한 편이었죠. 다만 각경기강을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부족해 다소 애를 먹었지만 조직위가 지하철과 버스·전철 무료승차증을 발급해 큰도움이 됐죠.
이번 대회의 최대촛점은 아무래도 남북한의 대결이겠죠.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매스컴도 남북한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웠죠. 대회기간에 한국적십자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고 IOC중재의 남북스포츠회담이 10월로 예정돼있어 관심을 끌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선지 일본의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찌신문과 교오도·지지통신등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기자 3, 4명씩을 파견해 남북한관계만을 전담취재하도록 배려했었죠.
-이번대회를 통해 북한의 선수·임원들이 종전의 적대적인 태도에서 우호적인 태도로 방향을 바꾼것은 놀랄만한 변화라고 할수있겠죠.
-그들은 한국선수단이나 취재진에 대해 접촉을 외면하지 않았고 어떤때는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우리측이 놀랄정도였어요.
-각 경기장에 몰린 민단및 조총련교포들의 응원열기도 대단했어요. 특히 남북대결장을 방불케한 유도장은 코리아일색이었어요.
-이들 응원단은 비록 편은 갈라져 있었지만 한국이나 북한선수가 출전할때마다 함께 기를 흔들며 응원을 보내 흐믓한 광경을 연출했읍니다.
-그러나 막상 유도단체등에서 남북한 선수가 정면으로 대결할땐 응원도 확연하게 편이 갈라져 분단민족의 비애를 느끼게했죠.
-세계대회에서의 메달획득은 역시 어려운 모양입니다. 이번대회엔 체조를 제외하고 나머지 종목들은 2류대회에 지나지 않았지만 출전 1백6개국중 단1개의 메달이라도 따낸 나라는 고작 40개국에 불과하더군요.
-특히 상위10개국안엔 1위 소련을 비롯, 중공·쿠바·루마니아·북한등 공산권이 자리잡아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의 강한 면모를 새삼 절감케 했죠.
-한국선수단은 일단 메달목표는 달성했지만 축구·배구가 도중하차하고 말아 침울한 모습입니다. 유도하나에 업혀 겨우 체면을 세웠으니 말입니다.
-배구는 정말 안타까왔어요.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2세트를 선취하고도 결정적고비에서 심판의 편파적 판정으로 리듬을 잃고 역전패했으니….
-주최국 일본의 횡포는 야비할 정도여서 말이 많았죠.
-특히 일본은 남자배구를 우승시키기 위해 심판배정에 깊숙이 개입, 준결승리그 2경기및 소련과의 결승전에 뒷말이 많았던 레바논의 「제마엘」을 주심으로 내세우는 상식이하의 횡포를 부렸어요. 한국입장에선 잔치집에 들러리만 하다 가는 꼴이됐죠.
-이때문에 마이니찌신문등에선 「개운찮은 심판의 자세」를 들고나와 자체반성의 여론도 있었었죠.
-그동안 보낸 필름이 3백m나돼 사진기자의 작업량을 짐작케 할겁니다. 밤새 작업을 하다보면 하루 1시간 잠자는게 고작이었거든요.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을 1년앞둔 한국스포츠로서는 여러가지 면에서 보고배운게 많다고 할수있을겁니다. 경기운영면이나 요원양성등은 시급한 문제로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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