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다시 캠퍼스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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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찰병력이 다시 교문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학원자율화 조치의 상징으로 지난해 2월말 대학상주경찰 철수이후 만1년6개월여만이다.
지난해 2학기 서울대 시험거부사태 때와 한남대 교내시위때 경찰력이 학교안에 들어간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명목이나마 학교측의 요청에의한 것이었다.
경찰의 2학기 학원대책이 강경할 것이라는 첫 조짐은 지난6월29일새벽 경찰이 9개대학을 수색, 학생60명을 연행할 때부터였다.
그이후 삼민투수사, 미문화원사건공판, 문교·치안당국자의 잇단 강경발언등으로 분위기가 경색되더니 3일 하오경찰이 처음으로 연세대 교문안으로 들어가 시위학생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자율화조치이후의 「교문=경찰불가침선」 이란 불문율이 깨어진 것이다.
경찰당국자는 앞으로는 학교요청 없이도 경찰서장의 재량으로 경찰이 학교안으로 들어가 시위학생을 검거하겠으며 지금까지 방어 위주이던 시위저지책에 공격개념을 도입해 교문안으로 밀고들어가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뿐만아니라 사전에 교내에 사복경찰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결국 학원자율화조치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찰당국자는 『평화적 교내시위때는 종전처럼 개입하지않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학원자율화 조기정착의 정비단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학기동안 시위학생1명에 경찰관 6명이 동원됐고, 시위 1건에 최루탄값만 2백40여만원어치가 소모됐지만 전국에서 1천2백6건이나 시위가 일어났다고한다.
또 미문화원농성사건·삼민투수사·「깃발」사건·학원안정법시비등의 후유증으로 2학기에는 더욱 과격한 학생시위가 예상되기 때문에 경찰이 강경방침으로 선회했다고 들린다.
약은 단위를 높이기 시작하면 결국 극약도 효험이 없게 된다.
한번 맞은 항생제는 그다음엔 효과가 떨어져 더욱 강한것을 찾게되고 마약도 나쁜줄 알면서로 투여량을 늘리게 마련이다.
경찰이 강경책을 쓰면 학생시위도 격렬해질는지 모른다.
영국경찰이 무장을 하지않는 지혜를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김종선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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