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직넘버 잡은 클린턴, 미국 첫 ‘마담 프레지던트’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사 이미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클린턴은 6일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 과반 2383명(수퍼 대의원 571명 포함)을 확보해 추후 경선과 상관없이 대선 후보 지명을 받게 됐다. [롱비치 AP=뉴시스]

2008년 6월 7일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건축박물관. 2000명의 지지자 앞에 선 힐러리 클린턴은 “난 오늘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오바마 후보의 승리를 축하한다. 앞으로 내가 아닌 그(오바마)에게 아낌없는 열렬한 지원을 보내달라”고 선언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꿈을 접는 날이었다.

수퍼 대의원 90% 얻어 조기 달성
오바마, 곧 공식 지지 선언할 계획

이어 “우리는 언젠가 백악관에 여성을 보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뜨리지 못했지만 1800만 개의 금(당시 민주당 경선참여 유권자 1772만 명이 클린턴에 표를 던짐)을 낼 수 있었다. 다음 번엔 (유리천장을 깨는 게) 더 쉬울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6년 6월 7일. 클린턴은 이번에는 승복 연설이 아닌 ‘승리 연설’에 나선다. 8년 전 예언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기사 이미지

AP통신은 6일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 과반인 2383명을 확보해 ‘매직 넘버’를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경선을 통해 확보한 일반대의원 1812명에 더해 경선 결과에 관계없이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당연직 수퍼 대의원(상원의원과 주지사 등 당 지도부 인사) 571명을 합친 숫자다.

이에 따라 이번 미국 대선은 민주·공화 공히 다음달 전당대회에서의 후보 확정이란 공식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상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 클린턴과 ‘사상 최초의 사업가 대통령’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미국 대선 본선에 여성이 출마한 것은 2012년 녹색당 후보로 나서 47만 표(0.36%)를 얻은 질 스타인 등 10여 명이 있지만 주요 정당에선 클린턴이 처음이다.

미 언론은 “클린턴과 트럼프가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있어 이번 대선이 최악의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막말로 재미를 본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섹스 스캔들과 클린턴 부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클린턴도 트럼프에 대해 “경제도 모르면서 경제 위기를 이용해 돈을 버는 비정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당초 7일 캘리포니아(대의원 475명)·뉴저지(126명)·뉴멕시코(34명)·몬태나(21명)·사우스다코타(20명)·노스다코타(18명)의 6개 주 의 경선이 끝난 직후 과반 달성을 선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국령 버진아일랜드·푸에르토리코 경선에서 승리하고 수퍼 대의원의 지지가 늘면서 예상보다 하루 일찍 매직넘버에 도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6개 주 경선이 끝난 직후인 8일을 전후해 클린턴 지지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5일 클린턴의 경쟁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도 7일 밤 샌더스에게 전화를 걸어 “ 함께 트럼프에 맞서자”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정치전문지 더힐이 전했다.


▶관련기사 클린턴 망칠 4대 오판 vs 살릴 6대 지표 



그러나 클린턴이 경선을 승리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상처투성이의 승리’란 지적도 많다. 당초 압승 예상과는 달리 일반 대의원 확보 수에서 55%(클린턴) 대 45%(샌더스), 6일까지 승리한 주 숫자에서 24개(클린턴) 대 20개(샌더스)로 압도적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 전국 지도를 놓고 봤을 때는 샌더스가 승리한 지역의 면적이 클린턴보다 훨씬 넓다. 클린턴의 지지층이 흑인과 히스패닉이 몰려 사는 대도시에 쏠려 있는 것을 상징한다.

일각에선 “클린턴 승리는 결국 ‘수퍼 대의원’ 중 90% 이상을 잡았기 때문”이라며 “40년 민주당원인 클린턴이 ‘신입’ 샌더스를 당내 영향력 측면에서 앞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클린턴이 샌더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