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문화재 감쪽같이 제모습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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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물관창고 깊숙이 사장돼있던 산산조각난 귀중한 문화재들이 복원,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그동안 축적해온 문화재보존과학기술을 총동원, 신라최고의 금동관 및 관식, 불국사석가탑 유리 사리병 등 국보·보물급 문화재 2백여점을 원형대로 말끔히 복원했다. 이들 복원된 문화재는 중앙박물관이 내년 6월 중앙청으로 이전할때 일반에게 공개·전시된다.
이번 복원유물 중 경북의성 탑리고분출토인 나뭇가지 모양의 금동관이나 경주 식리총출토의 찬란한 문양이 양각된 금도금 신발,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녹색 유리사리병 등은 한국유일의 희귀한 문화재들이기도 하다.
이밖에 충남아산군남성리출토 청동기 일괄유물과 평양근교출토 수나라 석불상, 고려시대의 왕비용은입사대야욕조 등도 파손부분을 접착시키고 없어진 부분은 정교하게 보완해 복원했다.
원래 이들 유물은 20∼60년전에 발굴, 출토됐으나 형체를 가늠키 어려운 조각으로 수습된채 그동안 방치(?)돼왔다.
66년 도굴때 발견된 석가탑사리병의 경우 취급부주의로 42조각으로 박살이 나버린채 목이 짧고 몸이 둥근 당나라 양식의 유리사리병이 나왔다는 「기록」만이 있을뿐 그 실물은 지금까지 전혀 볼수 없었으며 국보지정에서도 누락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금동제 관으로서는 가장 고식인 탑리고분 4세기초의 금동관 (62년출토)이나 일제때 발굴, 출토된 식리 (1924년), 평양 석암리 왕근묘의 청동편병·청동 박산향로(1942년) 등도 발굴 기록뿐이고 실제유물은 전혀 접할수 없었던 것들이다.
따라서 이번 복원을 계기로 금동관·식리·사리병·은입사 청동대야욕조·청동편병 등의 중요 문화재들은 국보지정의 길이 열렸다.
이같은 훼손유물의 본격적인 복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박물관 보존연구실 (실장 이상수)이 이번 유물복원에 사용한 재료는 에폭시수지(Epoxy Resin), 순간접착제(Cyano Acrylatte), FRP(섬유 유리강화플래스틱)등.
은입사 문양의 복원에는 실보다도 더 가느다란 은사대용 플래스틱 실을 음각의 꼴을 따라 집어넣었다.
정부는 문화재보존, 복원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현재 이원화돼있는 중앙박물관의 보존연구실과 문화재관리국의 보존과학실을 하나로 통합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며 이렇게 되면 아직도 많은 사장된 유물의 복원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다.
글 이은윤 기자 사진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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