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현충일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중앙일보

입력

잊히지 않는 전쟁영화 중에 ‘플래툰’이 있습니다.

사무엘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삽입돼 명곡의 반열에 올랐죠.

미군 부대의 주둔지 전경이 나오면서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흐릅니다.

음악과 강한 빗줄기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이 영화의 암울한 전개를 암시합니다.

베트남전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곡은 원래 바버 현악 4중주 1번의 느린 악장이었습니다.

바버가 27세 때인 1936년 작곡한 뒤 아다지오를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했죠.

이 곡은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NBC교향악단의 연주로 초연됐습니다.

서정적인 분위기가 농후하고 명상적인 멜로디가 대위법적으로 전개되어 가는 간결한 구성입니다.

자극적이거나 심각하게 곡의 형태를 변모시키지 않지만

연못의 파문처럼 비극적인 정서가 정중동으로 넓고 강하게 퍼져갑니다.

현충일 아침, 이 곡을 듣습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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